외국희곡

유진 오닐 '시인 기질'

clint 2015. 11. 13. 09:41

 

 

 

 

 

양키와 아일랜드계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시인기질』은 세라와 사이몬의 결혼을 통해 아일랜드 이민의 멜로디 가족과 귀족적인 양키의 하버드 가족의 결합을 극화한다. 아일랜드계의 세라는 프로테스탄트 계의 사이몬과 결혼하여 선술집에서 여급처럼 일해 온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즉 그녀는 사이먼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는 탐욕적인 욕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1막에서 그녀는 멜로디의 귀족연기를 혐오하면서 멜로디가 신사체면을 유지하기위해 매일 밤, 술을 마시며 지냈다면, 지금부터는 자신이 거만해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세라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도 아랑곳 않는 멜로디의 허황된 귀족연기에 분노한다. 그녀는 멜로디가 애써 회피하려하는 아일랜드를 상기시키는 사투리를 고의적으로 사용한다. 세라가 아일랜드의 사투리를 일부러 사용하는 것은 멜로디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신분과 정체를 바꾸는 역할연기의 인물인 것이다. 세라는 극 전체에 걸쳐 멜로디의 귀족연하는 역할연기에 대해 현실 각성을 촉구하는 “사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멜로디의 멜로드라마 적 과장연기 스타일에 대한 공격적인 관점을 극화한다. 그녀는 멜로디의 과장연기에 경멸과 반감의 태도를 보이는데, 특히 멜로디가 혐오하는 아일랜드의 사투리를 고의적으로 사용하는 연기를 통해 연극적인 방식으로 멜로디의 아일랜드출신을 환기하면서 멜로디의 귀족과 신사의 연기에 대조적 관점을 극화한다. 그러나 극의 끝부분에 이르러 멜로디의 귀족에서 농부로의 역할변화에 대해 세라는 그에게서 귀족으로서의 모습을 다시 소환하려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무익함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라는 결혼 이전에 사이몬을 유혹하여 잠자리를 가짐에 의해 결혼하려는 음모를 갖으며 극이 진행함에 따라 그 음모를 실행에 옮긴다. 이러한 세라의 음모는 결혼과 관련되어 상투적으로 반복되는 플롯인데, 낮은 신분의 여성이 귀족계급의 남성과 결합을 통해 신분상승을 계획하는 멜로드라마 적인 음모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극의 결말에 이르러 자신의 음모에 대한 “멜로드라마 적 확신성”을 상실하게 된다. 음모와 관련하여 그녀는 분열되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자신의 음모가 사랑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욕망을 위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되는 극의 결말에서 분열된 인물이 된다.

 

 

 

1막에서 오닐은 거울 앞에서 신사의 역할을 연기하는 멜로디를 통해 멜로드라마 적 주인공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에 더하여, 멜로디를 바라보는 무대상 관객인물인 세라를 배치시킨다. 이것은 일시적이지만 무대 위에 배우와 관객의 구도를 이루어 전체 극 안에서 내부의 공연과 연기하기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점에서 역할 중 역할의 유형에 의한 메타연극적인 방식을 의미한다. 멜로디는 자신의 평소와는 다른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하며 거울 앞에 서서 바이런의 시 「헤럴드 도령」(Childe Herold)의 몇 구절을 읊는다. 이러한 시 구절에서 보듯 그는 거울 속에서 자신이 짐짓 꾸며낸 자세와 모습을 확인하며 그것에 도취되어 매우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는 이로서 세라라는 무대상의 관객의 설정을 통해 멜로디를 바라보는 관객의 다른 관점이 극화된다. 관객의 역할을 하는 세라는 과장되고 진지한 태도를 취하며 귀족연하는 멜로디와는 달리 그의 태도에 경멸적 시선을 보낸다. 멜로디가 세라의 출현을 감지하지 못하지만, 곧바로 그녀의 경멸적 시선을 알아차린 후 거울에서 물러서며 그의 얼굴은 죄지은 이의 표정으로 바뀐다. 세라는 멜로디의 귀족체면을 유지해주는 순종 암말의 먹이 값을 치르려고 반찬가게의 외상을 미루고 오는 것임을 밝혀 멜로디의 귀족연기의 허황됨을 드러낸다. 멜로디의 못들은 척 회피하려는 태도에 자극받아 세라는 의도적으로 그가 싫어하는 아일랜드 사투리를 사용하며 한층 더 경멸적인 태도를 보인다. 멜로디는 과장적이며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를 보는 딸 세라의 시선은 멜로디의 모습을 조롱과 경멸을 통해서 보게 한다. 이것은 단지 1막에서 그치지 않고 극의 대부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부녀지간의 관계로 오닐의 부자관계와 유사한 면이기도 하다. 극의 중심적인 갈등인 아버지와 딸 세라의 싸움은 극작가와 내면화된 극작가의 아버지와의 화해하지 못하는 갈등을 투영하는 것이며 그리고 극의 후반으로 향할수록 아버지와의 유사성을 인정해야만 하는 세라는 오닐이 그의 아버지와의 유사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을 암시한다.

 


멜로드라마 적 배우의 과잉 연기의 경향은 2막에서도 지속되지만, 그에 대한 공격은 보다 명백하게 표현된다. 멜로디는 귀족적이고 오만한 바이런 적 주인공의 자세를 취하지만 그것을 보아줄 이가 없어 그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게 된다. 멜로디는 자신을 보아주고 인정해줄 ‘관객’을 필요로 한다는 면에서 그가 배우라는 것은 무대지시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바이런 시의 주인공 - 귀족적이며 비장하며 건방지며 자신의 비극적 운명에 저항하며, 지난날의 영광에 잠긴 - 같은 자세를 취해본다. 그러나 보아주는 이가 없으니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 그의 어깨는 움츠러들고 그는 테이블 위만 보고 있다. 절망과 패배의 흔적이 거칠어진 그의 잘 생긴 얼굴에 비극적인 인상을 준다. 멜로디는 자신의 아내와 딸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객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인정해주지 않자, “그의 시선은 불가항력적으로 거울에 이끌리며” 거울 앞에서 혼자만의 연기를 하게 된다. 그는 거울 속에서 “만족할 만한 자신의 모습” 을 찾고는 1막에서와 같이 바이런의 시를 읊는다. 멜로디가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에 도취해 있을 때 데 보라가 나타나 그를 보면서 ‘놀리는 기분’으로 웃는다. 데 보라의 태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관람자”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즉 멜로디는 거울 앞에서 신사의 연기를 하고 데 보라는 그런 멜로디를 바라봄으로써 배우와 관객의 구도가 설정되어 메타 연극적 상황이 만들어 진다. 데 보라의 예기치 않은 출현에 의해 거울 앞 연기를 목격당한 멜로디는 수치스러워 하고 모욕당한 것으로 느낀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적인 외모에 이끌려 멜로디는 그녀가 자신의 딸이 마음에 둔 남성의 어머니인 것도 모르고 로맨스분위기를 유도하여 그녀를 유혹하려 한다. 그는 과거의 호색가로 되돌아가 그녀에게 추근거리며 몸을 구부려 키스를 시도하나 위스키 냄새가 그녀를 일깨우게 되고, 그녀는 경멸적으로 그의 연기하기를 아래와 같이 평가하게 된다. 이제까지 거울 앞에서 홀로 그리고 데 보라를 상대로 귀족과 장교의 흉내를 내거나 또한 호색한의 연기로 이어지던 것은 일시에 정지된다. 이 장면에서 멜로디를 더욱 수치스럽고 모욕적으로 만드는 것은 데 보라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아내와 딸이 나타난다는 것과 데 보라가 딸의 남자의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멜로디에게 과거에 대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되는 부분이 데 보라 앞에서 주정뱅이의 술주정으로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그는 매우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양키귀부인에 속하는 데 보라에게서 귀족 흉내를 내다가 자신이 애써 부정하고 혐오하던 자신의 한 속성인 아일랜드 술주정뱅이로 받아들여진 것이 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된다. 데 보라가 양키라는 점이 그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배우 멜로디와 그를 보는 관객들의 관계 설정으로 이루어지는 데서 보듯 배우와 관객의 비유를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과장적 연기스타일로 두드러지는 멜로드라마에 대한 관객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데 보라가 멜로디의 꾸민 연기를 보면서 억지로 재미있어하는데서 발견되는 고의적인 냉담함이란 당시 상류층 관객이 과장적 멜로드라마를 열등한 극으로 보는 시선을 무대 위 관객의 시선을 통해 연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낭만적 시 구절을 수사적으로 낭송하는 것과 거만한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유럽의 멜로드라마를 각색하고 번안하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극계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멜로드라마에 대한 경멸의 이면에 사실주의에 대한 관객편의 선호가 암시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멜로디를 과장 연기하는 배우로 제시하면서 오닐은 단지 과장 연기에 대한 관객의 부정적 반응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멜로디가 거울 앞에서 귀족연기를 하는 동안 데보라는 그에게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태도와 뛰어나게 잘 생긴 얼굴에 인상을 받는다.”는 것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멜로디에 대한 감탄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경멸의 태도와 비교할 때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멜로디가 보여주는 멜로드라마 적 요소에 대한 관객의 반응으로서 경멸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감탄도 포함된다. 이는 멜로드라마가 단지 저열한 것만이 아니라 관객에게 강렬하게 호소하는 점도 포함되어 있음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3막에서도 멜로디의 거울 앞 연기는 계속적으로 나타나며, 이전의 거울장면에서처럼 멜로디는 거울에 이끌려 거만한 바이런 적 주인공을 자세를 취하게 된다. 오닐의 무대지시에서 “세부적인 면에서 이전의 무언극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멜로디의 꾸미기가 배우의 연극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3막이 이전의 막들과 구별되는 것은 멜로디의 관객이 멜로디가 모르는 체로 보여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 차림을 한 개즈비를 상대하는 멜로디가 자신의 모습을부풀리고 거만한 위신을 세우려할 때 멜로디의 과장적인 연기는 더욱 강조된다. 멜로디의 거울 앞 과장연기를 멈추게 하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게즈비의 노크소리이다. 이 노크소리는 단순한 소리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이러한 문 두드리는 소리는, 개즈비의 방문과 정착금 제안을 통해 멜로디의 분노를 촉발시켜 결투를 나서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귀족 역할연기를 끝내게 만드는 “현실”을 환기시켜주는 상징적인 무대의 소리이다. 멜로드라마의 배우인물이 사실주의를 선호하는 관객의 반응과 마주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멜로디가 당당함을 보이는 대신 흠칫 놀라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며, 특히 죄지은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닐이 멜로드라마에 대한 혐오와 사실주의에 대한 선호라는 서로 다른 태도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도취하여 바이런 시를 낭송하느라 노크소리를 못 듣고 있다가 노크소리가 점차 커지자 “죄지은 사람처럼 놀라서 거울 앞에서 물러선다.”는 멜로디의 반응은 개인 멜로디에게 앞으로의 닥쳐올 상황에 대한 예고와도 같은 것이며, 나아가 미국 연극사에서 멜로디와 같은 멜로드라마의 과잉 연기스타일의 배우들이 얻게 될 관객반응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멜로디는 개즈비에게 다시 ‘거만하게 뻣뻣한’ 자세로 귀족과 장교의 역할연기를 보여주며 “영국의 제7기병대 소령 코넬리우스 멜로디”라고 자신의 존재를 한껏 부풀려 허세를 부린다. 멜로디의 과장적 연기는 자신의 딸 세라를 개즈비의 면전에서 하인 취급하는 장면에서도 계속되는데, 그것은 희극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멜로디는 테이블 위의 접시를 치우는 세라를 여급처럼 무시하며 귀족연하지만, 눈치 빠른 개즈비는 부녀간 외모의 유사성을 놓치지 않으며 “소령님의 딸인가요?”라고 일부러 정중히 묻는다. 그러나 개즈비 앞에서 한껏 스스로를 추켜세운 멜로디는 딸을 여급으로 부릴 사람으로 보이는가라고 반문하며 개즈비의 추측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멜로디에게 관객이 되는 양키명문가의 변호사인 개즈비 역시 그를 무시하려 하며 특히 그의 아일랜드출신과 관련지어 양키의 우월감을 드러내려하는데 양키 대 아일랜드 사이의 두 민족 간의 갈등의 요소도 함께 관련된다. 개즈비는 변호사로서 직업적 권위와 위엄을 보이려하지만 군복을 입고 장교의 역할을 연기하는 멜로디의 훌륭한 모습에 입을 벌릴 만큼 놀라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것은 멜로디의 과장연기스타일로 대표되는 멜로드라마가 감탄을 자아낼 만한 요소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멜로디는 4막의 거울장면에서 귀족과 신사의 역할 대신 농부의 역할을 연기하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신사의 역할을 표현하는 오만한 태도와 수사적인 시 낭송은 농부의 역할을 나타내는 저속한 태도와 아일랜드 사투리로 바뀐다. 그러나 역할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전의 거울 앞 연기를 조롱 적으로 흉내 내고 공격을 가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자신이 됨으로써 멜로드라마의 과잉연기스타일을 공격하는 것이 자기패러디의 형식을 갖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을 통해 멜로드라마에 대한 공격은 더욱 신랄한 것이 되는데, 이는 역으로 사실주의를 선호하는 주변관객의 반응이 압도적임을 암시한다.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복수를 벼르며 결투를 위해 하버드 집으로 갔다가 오히려 더 큰 수치와 창피를 당하고 집에 돌아온 멜로디는 과거의 신사와 장교와는 완전히 다른 아일랜드 농부로 변하게 된다. 세라는 멜로디가 계속해서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다른 말투인사투를 쓰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일부러 연극을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녀는 멜로디에게 “이런 미친 연극을 그만둘래요?” 또는 “아빠가 그 저속한 사투리와 연극을 그만두게 하고 말겠어요.”라고 말하는데서 드러나듯 멜로디는 노라와 쎄라 앞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연극은 귀족의 과장 연기하기가 아니라 아일랜드의 농부의 연기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흉내 낸다. 거울 앞에서 다시 서게 된 멜로디는 노라와 세라가 있음에도 관계없이 이전의 귀족연기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흉내 낸다. 이는 이전에 장교인 것처럼 과장적인 귀족적 태도를 취하고 거만하게 바이런의 시를 읊조려 온 것과는 대조된다. 4막의 무대지시에 드러나듯 멜로디는 “과거 거울 앞의 자신의 자세를 저속하게 희화화하는 자세를 취하고 조롱하는 사투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기랄, 그 바보 눔이 시인기질을 타고난 귀족이라도 되는 지, 바이런 시를 내뱉고 지 화상을 들여다보던 거울하곤 딴판인걸. "
바이런의 시를 암송한 후에도‘ 경멸하듯 낄낄거리는’ 멜로디의 태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이전 연기를 희화화하는 것이다. 이전의 거울 장면에서 보이던 멜로디의 부풀어진 과장연기에 구멍을 내고 경멸을 보여주는 인물이 다름 아닌 자신이 됨으로써 멜로드라마의 과장연기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강조 적으로 보여준다. 멜로디의 멜로드라마 적 연기의 특성은 귀족적 태도를 취하고 낭만적소외와 자기몰두를 매우 수사적 독백에 의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멜로디는 거울 앞에서 멜로드라마 적 과장연기를 하고 그런 연기를 멜로디에게 발견되지 않은 체 바라보는 무대상의 관객의 존재에 의해 오닐은 멜로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멜로디를 지켜보는 무대상의 관객은 배우 자신의 딸이며 나머지는 양키들이다. 이들 관객의 반응은 멜로디의 과장적인 연기스타일에 대한 “현대적이고 회의적인 관객의 반응”을 나타낸다. 오닐이 멜로디의 과장연기를 통해 멜로드라마를 단순히 경멸적인 것으로만 극화하는 것은 아니다. 멜로디의 연기를 보는 무대상의 관객은 일차적으로는 경멸적 태도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감탄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탄은 경멸적 태도에 비해 강도가 약한 것이며 또한 일시적인 것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멜로디의 무대상 관객이 보여주는 감탄이 의미하는 것은 멜로디와 오닐시대의 멜로드라마가 당시 관객을 끌어들이는 감정적 강렬함과 낭만적 요소에 대한 반응이다. 여기서 멜로드라마는 관객에게 호소력을 갖는 긍정적 요소를 갖는 것이 되기도 한다. 오닐은 멜로드라마에 대해 경멸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탄의 태도를 보이면서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단지 3막까지이다. 4막에 들어서면서 이런 모호한 태도는 멜로디의 자기 패러디에 의해 보다 뚜렷이 경멸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시인기질』은 역할연기를 하는 또 하나의 배우인물인 세라를 통해 이 극이 멜로드라마에 관한 극임을 보여준다. 이극이 주로 아일랜드계 가족과 프로테스탄트 계 가족의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세라와 멜로디의 갈등관계가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세라는 멜로디의 경우와 같이 이극의 주요한 역할연기의 배우인물로서 제시되는데, 그녀는 멜로디 와 비교해 더 적은 극중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극의 결말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 복잡한 성격의 인물이다. 그녀는 20세의 여성으로 복합적인 인물의 성격에 부합되게 귀족적인 면과 아일랜드 농부의 후손다운 면이 혼재하는 양면적 외모를 지닌 배우인물이다. 따라서 그녀는 상황의 요구에 따라 귀족적인 숙녀의 역할과 아일랜드의 시골 여성의 역할을 한다. 아일랜드출신이며 선술집의 종업원인 멀로이는 세라가 이전에 여급처럼 일하던 것과 달리 선술집의 장부를 살펴보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에 화낼 때 세라의 역할연기를 언급한다.
"오늘 아침은 꽤 숙녀티를 내시는군요. 이층에 있는 양키 청년의 간호사 역할을 하시더니 아주 말이 없으시군요."
이것은 세라가 숙녀와 간호사의 역할을 연기하며 자신의 또 다른 부분을 감추는 배우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음이 경멸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인데, 무대상의 다른 인물에 의해 이러한 배우인물의 특성이 언급되는 것은 그러한 언급을 하는 인물이 세라에게 관객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멀로이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며, 세라가 사이몬과 사랑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역할연기의 인물이 된다고 지적한다. 세라가 역할연기의 인물인 것은 그녀가 사투리를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데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아일랜드적인 이극 전체에서 아일랜드 인물 대부분이 아일랜드 사투리를 사용하지만 세라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아일랜드 사투리의 사용을 통제하며 사투리의 사용을 조절하며 변화시키는 복잡한 배우인물이다. 세라는 대체로 3막까지 아일랜드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멜로디의 귀족 역할연기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서 멜로디의 화를 돋우기 위해 아일랜드 사투리를 일부러 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