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덕형 '알라망'

clint 2025. 5. 6. 22:20

 

 

노교수가 혼자 있는 집.
아내도 먼저 죽었고, 젊은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인생에 별다른 낙이 없는 교수는 학교든 공연단체든
교수의 소신있는 발언에 적이 많고 그에게 불평하는 

선후배 교수들도 많다. 그래도 교수는 옳은 방향의 쓴소릴 한다.
무용 안무가 전공인 교수는 음악을 들으며 안무를 구상한다.
창문으로 누군가 보이고, 좀도둑이려니 교수는 넘어 들어오라고
한다. 중년의 사내가 들어온다. 자칭 직업살인자라 한다.
교수는 점잖게 술 담배를 청하나 근무중에는 사절이란다.
살인자도 교양있고 점잖은 교수의 말과 행동에 호감이 가서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교수와 살인자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교수는 가족도 없고, 학교든 사회든 문제가 많아 쓴소리를
많이 해서 벼르는 사람이 많은 걸 얘기한다.
50대의 베테랑 살인자는 감옥에서 배운 이 기술이
자신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대상자가 편안하게 눈감을 수 있도록 준비도 철저하고
숙련된 기술로 편안히 모신다고 한다.
교수는 누구의 부탁인지 알고 싶어 묻지만 
살인자는 자신이 결정한 일이라고만 한다.
교수는 크게 "사람살려!" 소리도 지르고 해도
주위에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살인자는 요즘은 각박해져
거의 모르는 척한다고 경험을 얘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교수를
편안하게 살인자가 포옹하면서 잠이 든다....

교수의 여러 활동 장면이 화면으로 지나가며

상여 소리가 울려퍼진다.

유덕형



「알라망」은 유덕형씨가 1971년 필리핀에 열린 제3세계 국제연극제에서 절찬을 받은 작품으로, 그 당시 칼리낭간 앙상블 극단이 세계순회공연을 했던 작품이다. 제목 <알라망>은 필리핀어로 '작은 새우'란 뜻인데 이 새우는 물을 떠나는 순간 죽게 된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인간의 죽음이 덧없음과 공포를 종교 사상을 바탕으로 강렬히 표현한다. 
「알라망」은 이 국제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각국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총 40여편의 작품 중)
유덕형이 연출까지 한 이 공연을 본 김의경씨는 "1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관객들은 끝까지 숨을 죽이고 연극에 압도됐다는 것인데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세트가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위의 주인공은 비명을 지르고 호리전트에 비친 그림자가 확대되는  장면은 박진감에 넘쳤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공연 후 국내 연극잡지인 <현대연극>이란 계간지에 수록된다. 그러나 이 잡지는 1, 2년 정도 발행하다가 폐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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