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에 평화롭게 사는 타리와 바람. 양들이다.
타리는 암컷, 바람은 수컷이다.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고 덜 준다고 투덜데는 타리,
"넌 너무 먹어서 살좀 빼야 돼!" 주인의 말.
대신 살이 빠진 바람에게 먹이를 더 준다.
타리와 바람은 성격이 다르다.
사사건건 불평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타라.
묵묵하게 주인 말 잘 들으며 타리를 달래는 바람.
여기에 어느 날 새가 나타난다.
무척 오랜만에 온 거라 타리와 바람은 부척 반갑다.
새는 멀리 바다에 까지 다녀와서 세상 구경얘기를 재잘댄다.
타리는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신기해 하지만
바람은 관심은 있으나 내색을 안한다.
주인이 새를 쫓아내느라 허수아비를 세우지만
새는 조롱하며 끄덕도 안한다.
그래서 총을 들고 새에게 쏘지만 요리조리 잘 피하는 새.
어느 날 새는 주인이 한 얘기를 듣고 양들에게 전한다.
"너희들을 동물원에 팔 거라고"
여기보다 더 비좁고 답답한 동물원에 가느니 울타리를
부수고 밖으로 도망가겠다고 타리는 울타리를 부순다.
자기 힘으로 안 되자 바람에게 요청한다.
망설이는 바람. 계속 요청하자, 거들어 울타리를 부순다.
타리는 바람에게 같이 나가자고 하지만....
바람은 그만 울타리안에 안주하고 만다.
홀로 남은 바람. 주인한테 심하게 혼난다.
그리고 멍해진 바람...
얼마 후, 타리가 나타나 바깥 구경얘길 한참 하고
"너도 이 울타리를 벗어나야해..." 라고 청한다.
바람은 고개를 더 푹 숙인다.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아동·청소년극 심사평
2022년 공모에는 24편의 응모작이 도전을 했다. 단막희곡 부문의 130여 편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꾸준한 관심과 열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가장 필요하면서도 전문작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어린이·청소년극 부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번 응모작의 특징은 어린이 이야기보다는 청소년이야기에 비중이 많았다. 주된 소재는 게임, 학교폭력, 가정과 사회 내의 갈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혼란을 단막극에서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마치고 총론을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많은 응모작들이 사건의 행동 너머 사람과 원인을 보는 것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여 사건 사고를 전하는 기사에 머문 수준이 많았다. 현재 청소년의 고민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 고민의 원인을 찾아보려는 작가심의 부족. 그래서 문제는 던져놓고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미완의 작품으로 머무르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번 공모전을 기회로 더 연구하고 다듬어서 작가의 진정한 의도가 관객에게 전해지는 희곡 쓰기를 조언한다.
심사위원은 문학성과 연극성이라는 희곡의 묘미를 잘 살려낸 <치킨 런(Chicken Run)>, <재>, <양들의 울타리> 세 편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였다. <치킨 런(Chicken Run)>은 새터민 청소년과 그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려는 또래의 남쪽 청소년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차후 통일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재의 신선한 확장을 보여주었다. <재>는 청소년기에 그릇된 우정을 방화범소년과 그 친구들의 심리를 통해 예리한 관찰과 묘사로 표현하였다.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극전 개연성이 단막극의 완성도를 높여주었고, 무엇보다 작품 '재'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이 좋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었다.
<양들의 울타리>는 소재면에서 플라톤의 '동굴이야기'를 연상시키며 양들을 의인화한 어린이 철학 동화였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가지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보고 토론을 해도 좋을 소재였다. 울타리로 비유되는 동굴, 혹은 우물을 넘는, 안정된 현재를 떠나 새로운 모험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고민은 삶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어서,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거창하지 않지만 고민하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었다.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 작가의 위트가 재미라는 배려로 포장된 것도 우수했다.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심사위원은 당선작으로 의견을 일치했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세대는 위험하다. 그것은 질풍노도를 달리고 있는 청소년들 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낸다. 언급되었으나 최종심에서 미끄러진 작가에게는 위로와 박수를 보낸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작품이 나오기를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심사위원- 김정숙(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 양수근(극작가)
당선소감- 서범규
전화를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동안 힘든 길을 묵묵히 걷게 해준 다리가 이제는 쉬려고 마음먹은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걸어온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도움을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끝까지 믿은 가족들, 못난 제자 이끌어주신 교수님들, 1년 동안 같이 열심히 글 쓴 졸작 희곡 팀, 날 소중히 생각한 글길, 글벗학생회, 대학을 즐겁게 다니게 도움을 준 18학번 동기, 어디서나 응원한 문창과사람들, 연극을 더 즐길 수 있게 해줬던 쉿! 연극하는 중 팀, 잊지 않고 항상 찾아줬던 인천 친구들, 지금 저를 있게 해주고 한 명도 빠짐없이 감사한 사람들입니다. 축하해주고 많은 격려를 해준 사람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고 더욱 좋은 작품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범규/ 1999년 인천 출생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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