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지역이라고 말할 수 없는 미국의 어느 사막, 유리로 된 투명한
집을 짓고 사는 인기 여류작가에게 아버지가 찾아온다.
그는 70회 생일잔치를 위해 30명의 손님을 초청해놓고 손수
잔치요리를 만들기 위해 대형 트럭을 얻어 타고 왔다.
그는 5마리의 용이 끄는 오룡거를 타고 왔어야 하는데...
라고 오랜만에 만난 딸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한편 그의 딸은 아버지의 생일잔치에 쓰일 음식재료를 준비하고
아버지의 생일잔치 여흥으로 자신이 직접 쓴 작품을 공연해 보이기
위해 코미디언 한쌍을 초청해 놓았다. 이 남녀 코미디언은
광대분장을 하고 시장도 봐오고 또 풍선으로 공연에 쓰일
장치와 탈도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사온 잔치음식의 재료는
생일 음식이라기보다 제사음식에 가깝다.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흘러간 영화 카사블랑카를 보다
눈물을 흘린다. 그 영화의 주제곡 '이것을 기억해야 해요'가 눈물겹고
영화의 주인공들이 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감동적이어서 그렇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오랫동안 헤어졌던 아버지를 맞이한다.
둘은 요리를 만들면서 여러가지 지나간 대화를 나눈다.
그중 딸은 자기의 작품 이야기를 하며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에서
알 수 없는 출생비밀을 캐려하고 아버지는 그 비밀을 지키려 하는데....

딸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캐기 위해 전부터
집요하게 캐묻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즉답을 피해나갔다. 결국 딸은 자신의 신작의 내용을
자신이 유추한 가족관계로 썼고 그 내용의 진위를 묻는다.
소설 속의 은경은 자신과의 이복 형제지간인 한 남자에 대한
골수이식하려고 유전자검사를 받다가 현재의 아버지와는
유전자체계가 전혀 다름을 알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그 비밀을 얘기하는데 딸은 자신의 어머니가
약혼 후에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겁탈 당하여 자신을
출생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그때부터 가정을 떠나
오랜 기간을 군인으로서 베트남전에도, 이라크 전쟁에도 나가서
공훈을 세우기도 하고, 다시 교수로서 재직하게 되었지만
처자식을 떠나 방랑생활로 일관했고 오직 자신의 생일날에만
딸을 찾아와서 요리를 해온 것이다.

<Q요리, 그게 뭐지요>는 아버지의 생일에 만난 부녀의 대화를 통해 한 가족의 가족사와 거기서 확장되는 한국 현대사, 나아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과 관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는 작품이다. 인간내면의 단순하면서도 난해한 욕망을 극적인 시선으로 표현한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작가로 등단한 극작가 이언호씨가 1981년 도미한 뒤 30년 만에 돌아와 발표한 희곡을 토대로 한 연극이다. 작가의 미국생활이 녹아들어있다.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두사람(딸과 아빠)의 대화는 매우 모호하면서도 몽환적이기까지 하지만, 마침내 두 사람이 이루어내는 화해의 순간은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극작가 이언호의 Q요리는, 인간에게 끈질기게 따라붙은 숙명 또는 운명, 사랑, 고통, 공포, 탐욕, 부도덕 등을 요리라는 메타포로, 자연의 순환의 법칙인 순응과 화해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막 위에 세워진 유리 집, 언젠가는 사막의 모래바람에 파묻혀, 흔적 없이 사라질 인간 삶의 본질을 허무를 넘어 카페의 유리잔에 꽂힌 촛불처럼, 매직의 세계로 인도하여 위태롭고 몽환적인 삶의 원형을, 자연 귀환적인 순응으로 풀어낸다.
아버지가 손수 생일음식을 만드는데... 이름하여 Q 요리. 그것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작가의 글 - 이언호
옛날 그리스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제우스 신전의 신상이 회손 되었답니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해서 온 나라에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신으로부터 도시전체에 벌이 내릴까 봐 두려웠습니다. 수사기관은 초긴장 상태로 범인 체포에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거액의 현상금도 걸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다른 신전의 제우스신상이 또 박살났습니다. 신의 노여움이 두려워 시민들은 완전히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처럼 나라 안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던 범인은 결국 검거가 되었습니다.
수사관이 범인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한 짓이 어떤 벌에 해당하는지 아느냐?"
범인은 태연하다 못해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사형선고겠지요."
수사관이 또 물었습니다. "넌 어째서 사형에 해당하는 그런 짓을 했느냐?"
범인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대답했습니다. "전 별 볼일 없는 사람입니다. 일생동안을 있으나마나 하게 살았어요. 나 자신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난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끌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것입니다요. 사람들이 날 영원히 기억하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사형을 받는 것은 사람들이 나를 영원히 기억해주는 아주 작은 대가일 뿐입니다."
이 말은 드라마 작법에 나오는 예문입니다.
<Q요리, 그게 뭐지요>의 남자주인공은 70대의 노인입니다. 그는 딸의 집에 와서 자신의 생일잔치 요리를 손수 만듭니다. 이름 하여 Q라는 요리를 만들면서 사람들을 초대하는데 그들은 모두 종이인형으로 무대에 나옵니다. 그들은 투명인간처럼 이 세상에 살면서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아마 작가의 변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슨 일이라도 저질러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그런 사람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 보니 하늘의 별처럼 많은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을 풀어보려고 Q요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극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그리고 관객 여러분과 함께 가장 맛있고 영양가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경식 '강건너 너부실로' (2) | 2025.04.27 |
---|---|
정복근 '검은새' (1) | 2025.04.26 |
이원경 '수선화' (3) | 2025.04.25 |
이민우 '숲을 지키는 사람들' (1) | 2025.04.25 |
김하나 '바람의 전화' (2) | 202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