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네 초등학교 앞에는 '고양이 살인마'라는
별명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문방구가 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초등3년 지호에게
할아버지는 최대 관심사다.
어느 날 지호는, 준비물을 사러 들른 문방구에서
재미있는 책자 하나를 발견한다.
죽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바람의 전화'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전화기가 있다고? 오, 마이갓! 이건 꼭 찍어야 해!"
지호가 관심 가진 건 얼마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때문이다.
지호는 할아버지가 집없는 고양이를 돌보는 걸 알고,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그리고 '바람의 전화'에 대해 묻고
할아버지와 '바람의 전화'하러 그곳에 간다.
그리고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바람이 분다.
2023년 한국극작가협회 어린이 청소년부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바람의 전화>는 심사평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진솔하게 담아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학교 앞 문방구점을 매개로 반려묘를 잃은 문방구 할아버지와 엄마를 잃은 소년이 서로의 상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위로를 통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한 것은 어린이 청소년 연극의 의미를 잘 이해한 작가의 노력으로 여겨져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연극이 인생의 거울'이라 하듯 희곡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꿈을 잃어가는 모습이 마치 작가들이 예견하는 어두운 미래의 예고가 아닐까 하는 노파심으로 심사평에 대신한다."
당선 소감- 김하나
포기할 때쯤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이번에도 안 되면 이제 그만하자, 속으로 그랬거든요. 우울감에 잠식되어 소파에 누워 있는데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울음 이 터졌습니다. 눈물의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크리스마스 아침이었습니다.
얼마 전, 존경하던 선생님이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로 내내 죽음에 관해 생각했어요. 엄마를 이렇게 잘 가르쳐 주었으니 분명 좋은 곳에 가셨을 거란 아이의 위로를 받으며 슬픔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희곡을 쓰는 내내 친정엄마와 아이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많은 말들은 대부분이 두 사람의 언어입니다. 엄마와 열매가 없었다면 쓰지 못했을 희곡이에요. 두 사람에게 할 말이 생겨 다행입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내심 기죽고 우울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즐겁습니다. 저도 칭찬이 좀 받고 싶었나 봅니다. 연극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가족들 사랑합니다. 함께 연극 만드는 극발전소301 동료들, 엄마 사람 친구들 참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태석, 이강백, 장성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새해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요. 내일이면 또 저는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거예요. 변한 건 없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쓰겠습니다. 오래오래 연극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요. 그리고 그 옆에는 든든한 나의 선배이자 동료인 남편이 함께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김하나
1981년생.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극발전소301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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