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16대 임금 예종의 태자 인종, 김부식의 아들, 김존중, 그리고 정서는
교우가 깊다. 태자의 결혼 날, 셋은 서로 신부를 보겠다며 장난을 친다.
한편 태자비의 혼례를 위해 함께 입궁한 동생 임서령을 본 정서는 서령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둘은 우연히 궁 뜰에서 만나서로 사랑하게 된다.
김부식은 가문을 위해 태자비의 여동생인 임서령을 며느리로 맞으려 하나,
동생의 마음을 짐작한 태자비는 정서와 김존중에게 마음이 통하는 문장을
겨루게 한다. 결국 임서령은 정서를 택해 둘은 부부가 된다.
그러나 그후 조정 실세인 김부식은 역모 죄를 씌워 단죄하려 한다.
이에 의종은 부산 동래로의 유배를 명한다.
수영강변에는 ‘정과정(鄭瓜亭)’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오래된 정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곳이 우리 고전문학의 불멸의 작품이 탄생된
곳이라 것을 아는 이들도 드물다. 부산의 수영강변에서 탄생한 불세출의 우리 문학이자
가요인 ‘정과정곡’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연극 한 편이 세상에 나온다. 연극 ‘정과정’이다.
이 연극은 부산문화재단이 공모한 ‘2017년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지원사업
브랜드 콘텐츠 선정작’(2017 부산 브랜드 콘텐츠)이다.
극단 바문사의 최은영 연출가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정과정’은 작가가 알려진 유일한 고려가요다.
노래로 지어져 불렸던 ‘정과정’은 현재 반쪽만 전승되고 있다.
가사는 전해지고 있지만 곡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연극 ‘정과정’은 ‘잃어버린 정과정곡 곡조는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연극은 가사로 전해오는 고려가요 ‘정과정’에 담긴 노랫말을 큰 줄기로 세우고,
여기에서 지은이의 세계관과 정서를 문학적 연극적 상상력으로 복원한다.
‘삼국사기’ 저자 김부식을 비롯해 정서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통해 유배된 지식인의 사랑과 고뇌, 당대 민중들과의 관계 등을 파고든다.
인종과 공예태후의 결혼식 축제의 장에서 정서와 임서령이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김부식은 자신의 아들 존중과 서령을 부부로 맺으려 한다.
그러나 임서령은 꾀를 내어 자신의 배필을 스스로 정할 것을 알리고,
언니 공예태후에게 이를 부탁한다.
서령은 연주의 어울림을 통해 배필을 구하겠다고 말한다. 존중은 피리를 불며
자신의 호기로움을 표하나, 서령은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에 정서는 자신의 거문고를 처연히 뜯으니 마침내 서령은 생황을 불며
자신의 마음을 표한다. 이에 인종은 정서와 서령의 결혼을 허한다.
인종이 승하하고, 의종이 대를 잇자, 김부식과 존중은 정서가 왕위 등극을
방해하였다는 역모의 죄를 씌워 단죄하려 한다. 이에 의종은 부산 동래로의
유배를 명한다.
정서는 자신의 본관인 동래로 귀양을 내려오며, 우정과 군신의 도를 저버린
김존중과 의종에 원망하며 고향으로 귀양을 가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한다.
동래에 도착한 정서는 낯선 동래의 모습과 거친 사투리, 괴상한 얼굴을 한
부산 사람들에 실망하고, 자신과는 다른 천한 사람으로 여긴다.
이에 동래사람들 역시 정서를 놀리며 서로 갈등하다 갑자기 불어닥친 태풍에
정서와 동래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여전히 무시한 정서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홀로 정자 정과정을 짓고 다시 부르마고 했던 임금의 약속을 기다리며
<정과정곡>을 짓는다.
한편, 의종이 이모부인 정서를 죄를 사하려 하자 이를 반대하는 김존중이
몰래 동래로 내려와 정서를 파멸로 이끌려 한다.
허나 마을 사람들과 서령의 꾀로 난관을 극복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김존중 일파의 계략이 드러난다.
정서는 지금까지 이상하고 더럽고 추하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정 있고 의리
있는 사람다운 사람임을 느낀다.
왕의 명으로 정서는 누명을 벗게 되고, 관직을 회복하게 된다.
아내를 만나고 기뻐하지만, 평소 마을 사람들에게 아내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정서는 아내의 추한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정서는 그 사랑의 본질이
외모와 상관없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원망했던 임금에 대한 자신의 시
<정과정 곡>이 남긴 또 하나의 각성임을 깨닫는다.
또한 이때까지 이상하고 촌스럽다고만 생각했던 부산 사람들도
자신의 시각과는 다른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음을 깨닫는다.
풍어제를 지내는 아침, 모두 함께 <정과정>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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