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현주 '얼레야'

clint 2025. 2. 20. 10:12

 

 

수차에 걸친 몽골의 침입으로 국토는 피폐하고, 민심은 흉흉해져 
고려 태조의 북벌정책은 유명무실해진 고려 중엽, 
안동하회마을에 모처럼 풍년이 들어 마을 사람들은 홍겹기만 하다. 
마을 청년 허가랑은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얼레와 사랑하는 사이이며 
둘은 서로 혼인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가랑의 홀어머니는 가랑이 출세하여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며 아울러 원수의 자식인 얼레를 탐탁찮게 여겨 
두 사람의 혼인을 반대한다. 가랑은 고구려 장수의 후손으로 조상의 뒤를 이어 
입신양명해야 하는 사명감과 자연인으로 살아가고픈 소망 사이에서 번민의 
나날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꿈속에서 계시를 받는다. 바로 오랑캐를 응징하여 
기상을 드높이던 고구려인의 얼굴을 새긴 탈을 만들어 후세에 전하라는 것이다.
가랑은 탈이 완성될 때까지 누구도 만나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간직한 채, 
얼레를 뒤로 하고 별산의 토굴로 들어가 피와 땀으로 탈을 하나하나 제작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가랑이 11개의 탈을 완성하고 마지막 1개를 마무리하려고
할 때, 사랑하는 얼레가 원나라에 조공처녀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에 노여움을 이기지 못한 가랑은 금기를 깨뜨린다.
금기를 어기는 순간, 가랑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마침내 가랑의 상여를 따르는 얼레의 실성한 손에는 가랑이 마지막에 
들고 있던 이매탈이 구슬프게 흔들리고 있다.

 


“얼레야”는 안동 <하회탈>에 얽힌 설화를 무대에 형성화한 것으로 
역사 속에서 한민족의 주체적 시각을 회복하고, 전통예술의 창조적인 
발전도모 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통해 우리조상이 남긴 귀중한 문화예술을 
새롭게 인식하고 널리 알리자는데 뜻을 두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고유의 무대공연 양식에 바탕을 두고, 엄숙하고도 
구슬픈 이야기를 우리민족의 흥에 실어서 표현한다. 
또한 현대적인 감각에 맞으며 대중이 다함께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공연예술의 

차원으로 승화된 것이 바로 창무극 "얼레야" 이다.

 



오현주 작가의 글
하나의 꽃잎을 싹틔우려 정성스럽게 가꾸는 마음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고난과 역경이 늘 있기 마련이라면, 여럿이 모여 하나를 이루려는 
이 자리가 있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로는 꽃잎줄기가 아파하는 울음소리로 각혈하기도 했으며, 
추운밤 행여 꽃이 얼을새라 조바심으로 그 긴밤을 구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정성스레 가꾼 꽃잎을 여러 귀한 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부디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시고, 더 잘 자랄수 
있도록 가르침과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숨은 곳에서 도움과 격려를 주신 여러 은혜로운 분들과 이 작품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한 호흡이 되어준 출연진 그리고 뒤에서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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