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광화문 연가'

clint 2024. 12. 15. 08:19

 

 

지용이라는 젊은 청년이 찾아온다.
지용은 상훈에게 공연의 시놉시스를 설명하며 상훈의 곡들로 이루어진 
콘서트 <시를 위한 시>의 공연을 허락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지용이 썼다는 시놉시스의 내용은 이상하게도 상훈에게 낯설지가 않다. 
상훈은 지용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도록 간직했던 옛 기억들 속으로 빠져든다.
젊은 낭만과 불안한 열정이 뒤엉킨 1980년대의 광화문 한켠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블루아지트에는 그 당시 유명 작곡가인 상훈과 시위학생인 현우가 있다. 
상훈은 현우에게 있어 존경하는 음악 선배이자 절친한 형이다. 
흥겨운 음악과 시국을 논하는소리들로 어지러운 가운데, 

아름다운 목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진다. 

상훈과 현우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여주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긴다.
상훈은 자신의 곡을 여주가 부르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그녀와 사이를 좁혀간다. 
그러나 여주는 동생이지만 거침없이 다가오는 현우에게 마음이 끌린다.
한편, 상훈의 도움으로 완성된 현우의 곡이 언젠가 시위현장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현우는 위험에 빠진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여주는 상훈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 
첫 데뷔앨범을 준비한다. 결국 현우는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풀려나고 
여주는 그런 현우를 돌봐주며 사랑에 빠진다. 
드디어 여주의 첫 데뷔 날, 곁에 있어 달라는 여주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현우는 극에 달한 시위현장으로 떠난다. 현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무대에 서는 
여주. 그러나 현우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상훈은 늘 그 자리에서 여전히 여주의 곁을 지킨다.
작곡가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크게 성공한 상훈과 여주는 서로 조금씩 다가간다.
한편, 시위 현장에서 붙잡혀 군대에 가야했던 현우는 여주만을 생각하며 돌아오지만, 
이미 그녀 곁은 상훈이 지키고 있다. 현우는 여주를 생각하며 만든 곡의 악보만을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진국과 정숙은 여주와 상훈이 같이 키워온 현우의 아이 지용을 
숨길수 없어 현우에게 말하고 여전히 민주화를 꿈꾸며 민중극을 공연하는 현우는 
자기가 포기했던 모든 것을 다시 찾기로 결심한다. 
상훈은 갈등과 연민 속에 빠진 여주를 위하여 자신이 떠나기로 결심한다.
공연 시놉을 상훈과 함께 완성한 자용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엄마였던 여주가 
마지막으로 상훈에게 남긴 시 한편을 건네고 암으로 죽어가는 상훈의 눈에는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여주가 나타난다.
 "사랑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우리의 남은 삶을 이끈다."





이영훈 작곡가의 마지막 꿈이었던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아픔, 우정. 그리고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깊은 밤을 날아서' '옛사랑' 등 주옥 같은 히트곡들에 투영된다.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남주인공 상훈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무대전환이 이루어지며 극 전반에 흐르는 댄스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우러진 세련된 무대를 선보인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다시 한번 움직였고 우리를 아련한 옛사 랑의 기억 속으로 이끌었다.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상훈), 사랑과 아픔을 준 또 다른 남자(현우), 그리고 두 남자가 사랑한 한 여자(여주)... 세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속에 흐르는 그의 음악은 보는 이들을 각각의 인물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故 이영훈작곡가는 1983년 연극음악으로 출발, 1985년 이문세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사랑이 지나가면 '시를 위한 시'.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옛사랑', '붉은 노을' 등 2001년 이문세의 13집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였다. '팝 발라드'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은 물론이고, '발표는 곧 히트'라고 할 정도로 히트곡들이 이어졌다. 첫 시작인 이문세 3집은 150만장이 팔리면서 밀리언 셀러 시대를 열었고, 4집은 무려 285만장이 팔리면서 그때까지의 사상 최다 음반 판매기록을 뒤엎기도 했다. 1988년 5집은 선주문만 수십만장에 달했고 그 결과 258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결국 1986, 1987,1988년 3년 연속 골든디스크상을 수상하였고 故 이영훈작곡가는 모든 가수가 곡을 받고 싶어 하는 최고 작곡가로 떠올랐다. 그가 제시한 고품격의 팝 발라드는 대중가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며 그때까지 팝송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가요프로그램으로 전환하여 편성되는데 힘을 보탰다. 사후 1주년, 정동길엔 그의 노래비가 세워질 만큼 그는 한국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려지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故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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