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는 부서떼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뿌듯하여 어쩔 줄 모르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만선이 되어 신이 나서 춤을 춘다. 그러나 곧 곰치가 낚은 것이 모두 선주인 임제순에게
진 빚의 이자로 넘어가자 다들 억울해 하며 이를 간다. 이에 더하여 임제순이 빚을
빨리 갚지 못하면 배를 묶어 버리겠다고 말하여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된다.
범쇠가 능글거리며 빚을 대신 갚아 줄 테니 슬슬이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나
구포댁과 도심은 범쇠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배를 띄우지 못하게 된
것에만 화를 낸다. 곰치는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배가 없어 고기잡이를
못하게 되자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간신히 그는 뱃삯을 이틀 후에 꼭 갚기로 하고는 배를 띄우게 된다.
슬슬이는 연철과 만나 정을 나누지만 곧 범쇠의 일로 시무룩해 한다.
그런 슬슬이를 보며 연철은 절대로 범쇠에게 지지 않겠다고 말해 슬슬이를 다독인다.
그리고서는 둘이 희망을 약속하며 힘차게 껴안는다.
곧 곰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서 연철, 도삼과 함께 바다로 고기를 낚으러 나간다.
도삼과 연철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시적인 방법만을 고집하는 곰치를
답답해하나 곰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막무가내이다. 드디어 배는 바다에 오르고
구포댁은 남편과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다음 날 초저녁. 바다에 나간 배가 돌아오질 않자 모두들 초조해 한다.
슬슬이가 무당을 데려와 굿을 하니 무당은 반드시 만선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하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심을 한다.
그러나 곧 곰치가 실려 들어오고 같이 따라온 어부는 배가 심한 바람에 떠밀려
갔는데 곰치는 건졌으나 도삼과 연철은 보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구포댁은 무리하게 배를 띄운 곰치에게 자기 아들을 어쨌냐며 달려들고
슬슬이 또한 대성통곡하여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고 만다.
구포댁은 실신 지경에 이르고 슬슬이도 애가 타서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때 임제순이 나와 밀린 뱃삯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범쇠는 슬슬이를 넘어 보며
자기에게 팔라고 유혹한다. 구포댁은 도삼이 분명히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이라면서
고집을 부리지만 익사했을 것이라는 순경에 말에 결국에는 미치고 만다.
그녀는 업고 있던 갓난애마저 죽일 군 없다며 배에 태워 바다에 띄어 뭍으로 보낸다.
이를 안 곰치는 구포댁을 죽이려고 하다가
그 배를 쫓아 나가고 이런 틈에 슬슬이는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만다.
이 작품은 전 3막 6장으로 이루어진 창작 희곡으로, 제1막은 2장, 제2막은 3장, 제3막은 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촌을 무대로 하여 자연과 대결하는 어민들의 강인한 의지와 비극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곰치는 바다에 모든 의미를 둔 인물이다. 여러 해를 바다에서 생활 근거를 마련하며 살아오면서, 근원적인 한(恨)을 쌓아 온 인물이다. 가난에 찌들면서도 늘 만선에서 꿈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풍랑이 심한 날에도 바다에 나가 그물질을 하는 억센 사나이다. 그러다가 아들도 바다에서 잃고, 아내까지 실성해 버린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바다에 도전한다. 오직 바다를 운명으로 알고 만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한 어부를 통해서 인간의 삶에 대한 강인한 집념과 끈질긴 도전 의지를 그린 이 작품은, 억센 사투리로 된 절묘한 대사가 인물의 우직한 성격과 잘 결합되어 짙은 향토 성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적 비극성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제목인 ‘만선’은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가치를 상징한다. 따라서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 댁을 중심으로 한 인간과 자연의 대결, 부성과 모성의 갈등 속에는 인간의 도전과 한계, 희망과 비극을 그려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이 ‘만선’은 대자연과 싸워 나가는 어민들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J. M.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騎士)들 (Riders to the Sea)」를 연상시키는데, 싱의 작품과는 달리 의지의 한국인을 그린 점에서 뛰어나다. 사실 주인공인 곰치는 호한(浩瀚)한 바다 그 자체라 할 만큼 끈질기고 억세고 순수하다. 곰치는 독특한 인물로서 돋보인다.
이 희곡은 만선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우직한 한 어부의 집념과 비극적 현실과의 갈등을 그린 창작 희곡이다. 주요 인물 곰치의 굳은 의지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사건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만선은 배에 가득하게 고기를 잡은 상태, 또는 그런 배이나, 여기서는 주인공(곰치)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가치를 압축한 단어이다.
오직 바다를 운명으로 알고 만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한 어부(곰치)를 통해서 인간의 삶에 대한 강인한 집념과 끈질긴 도전 의지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토속성과 사실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으며 작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남해안의 사투리와 어미의 삶은 짙은 향토색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곰치를 통해 독특한 한국인의 의지를 보여 준 점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 작품을 1960년대 리얼리즘 극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는 이유도 이러한 데 근거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의 제목인 '만선'은 바로 우리들의 삶의 욕망이며 지향하는 가치 세계를 드러내며, 이를 통해, 곰치의 행동과 의지를 통해 운명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목인 '만선'은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가치를 상징한다. 따라서,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을 중심으로 한 인간과 자연의 대결, 부성과 모성의 갈등 속에는 인간의 도전과 한계, 희망과 비극을 그려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은 곰치라는 독특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개성 창조에 성공하고, 그로 인한 인생의 비극을 형성화하는 데 어느 정도 수학을 거둔 희곡이다. 작품의 제목 '만선(滿船)'은 우리들의 삶의 욕망이며,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한다. 여기서 곰치는 이러한 욕망 성취를 위해 행동하고 의지를 발하는 인간의 실존적 초상(肖像)으로 그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이 작품은 바다를 운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강인한 집념, 그들의 욕망과 일상, 그리고 비극적 한(恨)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인호 '달리는 바보들' (4) | 2024.12.13 |
---|---|
윤정선 '마지막 손짓' (4) | 2024.12.13 |
차범석 '대지의 딸' (4) | 2024.12.13 |
선욱현 '고추 말리기' (2) | 2024.12.12 |
권정희 원작 오세혁 극본 '이선동 클린센터' (3) | 2024.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