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파트의 실내로 화려한 가구들과 고급 장식품들이 놓여 있다.
부인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부인은 경비복 차림의 남편을 맞는다.
부인은 남편에게 새로 사 온 옷을 입으라고 한다.
이에 남편은 또 무엇을 샀냐며 퉁명스럽게 대한다.
부인은 낮에 시장에 다녀왔다며 시장에서 아주 예쁜 강아지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회사 모르게 살고 있는 형편이라
강아지를 기르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부인은 강아지 이름을 지어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름은 바로 남편 회사 사장의 이름인 것이다.
남편은 하루종일 사람들에 치어서 피곤해 한다.
그래서 부인이 하는 말에 무관심하다.
부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의 장식을 바꾼다고 난리다.
부인은 모델하우스를 자신의 집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부인은 남편에게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부인을 걱정하며
다시 골방이더라도 마음이 편한 곳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이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남편은 당황하여 부인을 침실로 밀어 넣는다.
남편이 문을 열어주자 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는 낮에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지갑을 놓고 갔다고 한다.
사내는 자기가 직접 찾아보려고 한다.
남편은 부인과 몰래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을 들킬까봐
자기가 찾아주겠다고 한다.
사내는 사양하면서 침실로 간다.
남편은 사내를 막아선다.
그때 부인이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나온다.
부인은 사내를 보고 남편의 친구라고 생각하고는 술을 대접한다.
부인과 사내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한다.
사내는 자신이 어느 섬을 자기 고용인에게 팔려고 했다고 한다.
부인은 계속해서 애완동물 이야기를 한다.
남편은 이 광경을 어이없이 바라본다.
그러다 사내에게 지갑을 찾아 빨리 돌아가라며 화를 낸다.
그러자 사내는 다음 날 회사 사무실에 가서 찾아 달라고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부는 어떻게 될까?
'93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작품은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셋방에서 살다가 남편이 모델하우스 경비로 가게 되자
부인은 아파트에서 살고픈 허영에 남편을 꾀어
한시적이지만 이 모델하우스에 살게 된다.
만약 회사에서 알게 된다면 남편이 책임져야할 판.
게다가 부인은 낮엔 모델하우스에 손님들이 오니 밖을 나가 다닌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시집을 가기 위해선
열쇠가 3개 필요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선 대학졸업장이 필요하다.
품위유지를 위해선 그 부류에 어울리는 패션이 있다.
환상속에 사는 그런 부인을 탓할 수 있을까?
작가의 말 - 남병주
언제부터인가 나의 관심은 사회제도나 물질의 풍요나 기존의 튼튼한 관습들보다는 그것들에 얽매인 사람들에게 있었다. 관심은 결핍으로부터 오는가. 생활이 불안하고, 기우뚱거리는 그런 부류의 인물들이 특별히 내 눈에 잘 띄이는데...., 거리에서나, 식당, 은행, 교회, 기차역, 어느 곳에서나 강하게 다가온다. 차림새가 초라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치장을 하고 당당하지 못하거나 너무 당당하고 말투가 나약하거나 지나치게 큰 소리로 말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그들은 대개 말을 아주 다급히 하거나, 힘없이 느리게 한다. 아니다, 말을 포기해 버린다. 말을 완전히 포기하다니! 이런 세상에, 내 귀를, 내 커다란 귀를 누가 빼앗아 갔나! 말 못하는 자보다 듣지 못하는 자의 고통이 더 큰 것인가. 내가 당신 가까이에 있다는 확실한 느낌이 있다면, 어차피 당신도 누구로부터도 멀어질 수 없다면, 말을 해요, 말을. 누가 좀 지껄여 주시오. 진실된 말이든 거짓된 말이든 계속 좀 해주시오. 무수한 말들의 뒤범벅이, 그 혼돈이 우리의 행 복감일 것이오. 해피앤딩이 될 것이오.
동숭동에서 느낀 생각. - 연극은 문자나, 그림이나, 소리와는 달리 숨쉬는 배우, 즉 사람 자체가 언어가 되어버린다. 이 얼마나 무섭고 신비한 일인가. 좀 두렵기조차하다. 나의 극작은 그 두려움에서 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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