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승봉 '007 초코렛 사랑'

clint 2024. 11. 24. 17:12

 

 

청소년법정이 열린다.
피고 미경과 경수, 희옥과 철호, 용필과 지미, 정은과 성우. 날숙과 건담
이 다섯 쌍이 007 미팅을 한 죄로 피고신분으로 나온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열띤 공방을 벌인다.
이들은 각각 재판을 받으며 그들이 처음 만나고, 사귄 과정이 소개된다.
참고 증인으로 디스코텍 주인, 선생, 학부모 등이 나온다.
학생들은 모두 건전한 만남, 그리고 이성교제의 자유를 외친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이 미성년자 출입금지의 디스코텍이나 카페라면
당연히 법에 저촉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학부모는 대학에 가야 할 학생이 공부해야지 무슨 미팅이냐고 우려한다.    
선생은 남녀 이성교제가 학교 성적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자료로 설명한다.
그래서 학생의 바른 길을 선도해야지 법을 들이대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디스코텍 주인은 술 담배를 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에게 일일히 어떻게
미성년자인지 검사할 수도 없고, 대부분 디스코텍이나 카페가 다 그렇게
자율적으로 한다고 말했다가 증인에서 별도로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를
판 혐의로 입건되기도 한다.
총 5차에 걸친 청소년법정이 끝나고 판사는 마지막으로 이 재판은 죄를 묻는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또 이성교제를 건전하게 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1986년 극단 사조 공연작품인 <007 초코렛 사랑>은 청소년 문제를 다룬다.
청소년의 007 미팅의 유행, 건전한 이성교제, 그리고 청소년들의 놀이문화와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거나 강압하는 학부모들, 그런 학생을 선도하는
일선교사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결론을 유도하지 않는다.  

 


작, 연출의 말 - 유승봉
「대낮 고교생들 집단 패싸움에 시민들 무관심」
「가출한 여고생 2년째 행방묘연」
「청소년 비행 이대로 좋은가」
몇 해 전만해도 이따금씩 보도되던 청소년들의 범죄가 요즘들어선 

그 양상이 다 양해지고 지능화되어 한여름 더위속에서도 오한을 느끼곤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기사를 읽으며 묘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007 미팅, 사랑과 우정의 갈림길.
그들과 같은 생활을 해던 나의 학창시절, 그리고 학부형으로서의 나를 번갈아 

비교하는 동안 어느새 마음은 20여년 전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때부터 여러곳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선후배들의 조언에서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고, 청소년들의 문제는 어느 누구한테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묘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그들의 사고방식과 사회의 눈초리는 결코 평행선상을 건널 수는 없을까. 
재판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결코 어느 법정의 규정에도 얽매임 없이

꾸며졌으며, 부분조명으로서 극의 진행과 담소의 변화를 원활히 하였다.

짧은 기간 무리한 강행속에서도 형국의 길을 같이한 여러분의 땀방울에 애정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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