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연우무대 공동창작 '나의 살던 고향은...'

clint 2024. 11. 26. 06:17

 

[공해귀신마당] 탈을 쓴 공해물질 귀신들 등장. 
PCB, 수은, 카드뮴, 복합중금속, 유독가스가 귀신의 형상으로 등장하여 
각기 자신들이 얼마나 지독한 공해물질인가를 자랑하며 논다. 
그러는 중에 핵대왕이 나와 이들을 제압하고 
이 땅을 공해의 땅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봉고유람마당] 재벌, 관리, 학자, 마담, 비서 등 이 사회의 지배층 집단이 
봉고차를 타고 산업시찰 겸 관광 유람을 한다. 
가는 곳마다 이들 다섯 명은 공해에 찌든 곳을 만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그 공해의 주범이 자신들이라는 것과 그들이 환경에 대해 지닌 
황당한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농촌마당] 농부들과 아낙들, 마을 이장과 부면장, 농촌지도소 직원, 그리고 
도시의 유한부인이 등장하여 각기 자기네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이들의 사고에 큰 격차가 있으며, 결국 농약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농민임을 드러낸다. 

 

 


극단 연우무대의 공해풀이 마당굿 <나의 살던 고향은…>은 한국공해문제연구소의 후원으로 1984년 7월 7일과 8일 서울 남산 드라마센타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당시 한국 연극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공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고, 지신밟기를 기본구조로 하여 독자적인 장면들을 엮어 마당극으로 구성했다. 당시 정권의 검열과 심의 문제로 극단 연우무대가 6개월간 공연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연출의 변 - 임진택
우리는 민중의 삶에 밀착된 연희문화운동의 일환으로서 공해문제를 소재로 마당굿판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반생명의 요소를 척결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희방식으로서는 마당굿의 형식이 매우 적합하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마당굿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존재확인은 물론이요 자연적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확인하는 열려 있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공동체적인 삶을 구가하려는 우리들의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마당굿 양식이야말로 그 대동적 성격을 구가하는 총체적인 표현방식으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체적인 전개의 틀을 풍물과 민요를 위주로 한 지신밟기 형식에 두고자 한다. 굿에 있어서 풍물과 노래와 춤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건이다. 풍물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인간 생명의 가시적 총체인 육체의 박동을 드러내고 일치시키는 생명의 리듬이다. 앞놀이와 뒤풀이 안에 들어 있는 몇 개의 마당은 각기 독자적인 내용과 형식을 다루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주제와 하나의 틀을 향해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전통연희 중 굿이나 탈춤이 형성되어온 생동하는 전개구조를 활용해본 것이다. 

 



 <공해풀이 마당극 - 나의 살던 고향은>(1984, 임진택 연출)은 우리 사회의 공해문제의 여러 측면을 각기 독자적인 내용을 지닌 장면으로 보여준다. (……) 사건과 인물 등은 물론 형상화 방법까지 달라 마치 다섯 편의 작은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주요 공해 물질에 대한 풍자를 곁들인 교술적인 설명으로부터 시작하여, 공해의 주범에 대한 풍자와 전국적인 공해 실태에 대한 고발, 농촌과 공단에서의 공해문제를 지나 성공적인 주민운동의 사례로 끝을 맺음으로써 공해문제라는 제재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으로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지점이 문제인가를 해부하듯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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