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욱현의 희곡 세계는 퓨전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들을
절묘하게 믹스하여 독창적인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리고 여기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병폐화 되었는가.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낙태현상,
그리고 이어지는 생명경시풍조. 또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야 할 우리 사회 속에서
혼자만 잘난 척 행동하는 외곬수들의 이기적인 성향 등
얼마나 냉대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가.
선욱현은 이러한 냉대한 사회적인 문제들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사회문제들을 차갑게 드러내고 지향해야 할 결론은
따뜻함으로 살며시 느끼게 해준다.
<제1막>
백일극장의 폐관을 앞두고 절망에 빠져있던 연출가 박길만에게 극장주 노상식은
최근 사회에서<천사>라는 별칭으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은행털이를 보았다며
희망을 얘기한다. 순간 박길만은 과거 백일극단의 배우였던 장독을 떠올린다.
폭력배 전담반 형사 장독은 천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방자 서비스>일당을
지목한다. 취조 도중 장독은 백일극장으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그런데 그 이후 채유정이란 직원을 통해 에이리스트의 존재가 밝혀지며,
백일극장이 에이리스트에 가장 최근 올랐음이 추가로 밝혀진다.
장독은 백일극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낡고 퇴락한 백일극장에서 장독은 추억에 잠긴다.
한때 이십대 초반 무렵에 그는 배우의 꿈을 안고, 이 백일극단에 몸 담았었고,
사랑했던 여인 김유정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건 이후,
이곳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친형처럼 따랐던 박길만을 기억한다.
또한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당시의 배우들이 요정처럼 그 앞에 나타난다.
이윽고 장독 앞에 박길만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광인의 모습으로 장독을
알아보지 못한다. 물론 장독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던 박길만의 속임수였고,
순진한 장독은 깜박 속게 된다.
극장이 폐관되기 전에 공연을 한 번 하고싶다는 박길만의 소망에 장독은 번민한다.
그러다<방자 서비스>일당에게 사회봉사 명령이 내려지자 장독은 묘안을 떠올린다.
<제2막>
경찰청 후원하에 경찰과<방자 서비스>일당은 백일극장에 다 모였다.
이른바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연극은<로미오와 줄리엣>.
장독과 조유리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키스신을 연습하려는데
하여간이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그 와중에 조유리는 하여간의 사랑을 확인하여
기뻐한다. 조유리는 줄리엣을 안하겠다고 하여 박길만의 심사를 어지럽게 한다.
박길만은 줄리엣에 채유정을 지목한다.
불루한 환경에서 자라난 채유정은 사랑이란 말에 낯설어하고 박길만은 네 안에
줄리엣이 있다며 자신감을 준다. 무대에 혼자 남은 채유정은 장독과 마주치게
되고 어렴풋이 사랑을 느낀다. 가슴 뛰는 그 느낌에 어리둥절해 있을 때 천사를
쫓는 이기자가 나타나 그건 사랑이라며 가르쳐준다.
세트를 세우던 날 박길만은 창고에서 7년이나 묵은 세트와 현재의 그들을 비교하며,
이 연극만들기의 주제는 퇴락의 부활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장독과 채유정은 더욱 친밀해지는데, 장독은 서장에게서
채유정이 천사의 강력한 용의자임을 전해듣는다.
천사가 또 은행을 털었다. 하지만 이번엔 1억이란 큰 돈을 노리다가 큰 부상을 입는다.
사회에선 천사의 명성이 더욱 높아져 엔젤스 아이라는 가요 그룹까지 탄생한다.
서장이 연습에 참여한다고 하자 장독은 긴장한다. 채유정이 천사라면 부상 때문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습초기에는 거칠고 천방지축이던 <방자 서비스>일행이 연극에 잘 길들여져 있다.
하여간과 박홍식은 연습 도중 연극에선 서로 양해하고 협조하자는 식의 얘기까지
오고간다. 박길만과 노상식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연극의 힘을 느낀다.
장독이 흥분한 채 채유정을 찾으며 들어서고, 감기 기운이있다며 등장한 채유정에게
노골적으로 도둑년이 천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냐며 화를 낸다.
이몽룡이 그런 장독에게 시비를 걸고,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서장과 노상식이 설득해 모두를 술자리로 데리고 간다.
무대에는 장독과 채유정, 두 사람만 남았다.
채유정은 세상이 뜻대로 되어 봤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려 한다.
성이 가시지 않은 장독은 세상엔 법이 필요한 거라며, 천사 따윈 범죄자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장독의 꿈이 천사를 접는 것이라고 생각한 채유정은 모종의 결심을 한다.
혼자 남은 장독은 어느새 깊어져 버린 사랑과 자신의 신분 사이에서 번민한다.
채유정이 천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한 한국은행 앞에, 보도진과 경찰,
천사의 추종자들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드디어 천사가 나타나고,
당독은 그 천사를 채유정으로 믿고 체포하려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떠밀리며
결국 놓치고 만다. 채유정은 또한 천사의 복장을 한 채 장독에게 잡히려 하지만,
이몽룡의 저지로 그러지 못한다. 한편 채유정을 경찰 쪽으로 밀치며 도망가는
복면의 천사가 진짜 은행털이임이 무대에 보여진다.
<제3막>
공연날, 백일극장의 무대에 노상식이 기쁜 소식을 가지고 들어선다.
누군가 2억을 입금해 백일극장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장독은 권총을 들고 채유정에게 그 도둑질한 돈으로 세상이 바뀔 거 같냐며 분노한다.
그런 장독에게 이몽룡이 진실을 밝힌다. 돈을 입금한 건 자신이며
채유정이 자신의 친딸이라고, 충격을 받은 채유정은 극장을 뛰쳐나간다.
채유정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연을 올릴 수 없게된 그들은 모두 절망하고 있다.
공연 15분 전, 이윽고 채유정이 나타나고, 평생을 그리워했던
친아버지의 품에 비로소 안긴다.
또한 장독과 채유정 또한 오해를 벗고 소중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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