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호태 '소문난 장터'

clint 2024. 7. 24. 13:25

 

 

무대는 대도시 쇼핑센터 내의 공간이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 엿장수 돌팔이가 나와서
엿타령으로 한바탕 흥을 돋우고 경비장을 만난다.
뒷돈을 주고 쇼핑센터와 중복 되지 않는 상품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장사하도록 허락받은 것.
돌팔이는 잡동사니를 팔고 돈씨는 돼지 직거래. 왕제비, 금녀,
그리고 신입 빠삭이와 같이 이 공터에서 장터를 여는데...
각자 목소리를 내어 중구난방 떠들어대는 식을 보고 
신입 빠삭이가 제안한다. 이러면 소음이고 올 사람도 다 떠나가니
한사람씩 돌아가며 재주를 피우고 물건을 팔고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그래서 당장 시행한다.
이들의 애닳픈 사연부터 노래, 춤 등 장기공연, 그리고 물건 장사
까지. 관객한테 호객행위도 하고 상품도 주고 흥겨운 공연이 펼쳐진다.

막판에 재밌는 반전도 있다.

 



1980년대 중반, 우리극단 마당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여러번 재공연된 작품이다. 다양한 성격과 편력을 가진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상품들을 들고 나와 살아가는 얘기와 사회풍자를 푸짐하게 늘어 놓으며 판을 벌려 나가는 <장터에 난리났네>는 극장, 무대장치, 의상, 분장, 조명, 객석 등의 고답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연극형식을 창출하고자 시도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 - 김호태 (극작가)
연극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한 예술은 없다. 왜 냐하면, 연극의 대부분이 인간의 삶을 재현 또는 압축해 보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이 예술의 한 형식으로 분리되어 나 오기 이전에 연극은 인간의 생활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해 본다. 오랜 시대를 걸쳐 예술로서 변화하여 오는 동안 잡다한 제 요소들이 첨가되고 또는 제외되 오면서도 한가지 분명하고 확고한 것은 연극은 예술속에 안주하고 생활로부터 완전 이탈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변화많은 삶속에 연극이 필연으로 숨어있음을 알면서도 연극은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극장에서나 만나는 예술로 격리 수용이 돼버렸다. 전통은 우상처럼 강하고 두렵다. 그것은 연극이 우리의 삶 속에서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실질적 효능을 빼앗아 갔을는지도 모른다. 빼앗겼거나 잊 이 버렸을지도 모르는 연극의 또다른 효능을 찾아 보려는 의도로 이 작품은 극화되었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생활로부터 이탈한 연극을 다시 생활속에 접목시켜 보려는 의도적 저의가 숨어있다 하겠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 극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간주해도 좋고, 서구 전통극(Realism)에 대한 새로운 방향모색으로서의 환경 연극이나 생활연극으로 봐도 좋고, 민속극(놀이마당)의 확대현장으로 봐도 좋고 그 아무것도 아닌 그 어느 것으로 보아도 좋다. 중요한건 배우와 관객이 만나고 관객과 관객이 서로 만나 연극과 장터의 분위기를 느끼는 축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의 초연에서 우리는 연극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극적 희 열을 맛보았다. 이번 공연은 초연에서 얻은 경험을 확대한 것이며 아직도 숨어있는 또 다른 가능성에의 접근을 시도해본 것이다. 우리는 또 약속된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확신을 갖는 목표가 있을 뿐이다.

 

김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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