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혁수 '꼴찌를 사랑해요'

clint 2024. 5. 1. 06:57

 

 

남녀 학생들이 신나라 예술 고등학교 입학식을 위해 운동장에 나타난다.
연극영화과 교실에 교장선생님이 들어온다. 

교장선생님의 옷차림은 활동적이어서 학생들로부터 목수아저씨로 오인을 받는다. 

이때 담임선생님인 남선생님의 등장으로 교장선생님임을 알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잘 이해하는 교장선생님임을 알고 기뻐한다. 

남선생님은 '꼴찌를 사랑해요'라는 신입생 정기공연의 배역을 정하고자 

학생 자신들을 소개해보라고 지시한다. 깡패 같은 남학생1, 모범생 남학생2, 

이상세계를 그리는 남학생3, 먹보 남학생4, 희극배우가 꿈인 남학생5, 

텔렌트인 여학생1, 여학생1을 시기하는 여학생2, 남자 같은 여학생3, 

먹보 여학생4, 학구적인 여학생5, 각각 자신들을 소개한다.
오리엔테이션을 빠져 나온 남학생 5,1는 담배를 피우려다 서로의 

불량스러움을 자랑한다. 남학생1의 불량스러움에 남학생5는 기가 죽는다. 

담배를 피우려 나온 남학생4는 소방차 같은 청소년의 우상이 되겠다고 

노래를 부른다. 이 때 무용과 선생님이 나타나 남학생들을 교무실로 끌고 간다.

 

 


한달 후 학생들은 '꼴찌를 사랑해요'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남학생1은 여학생1에게 키스하는 장면에서 계속 실수만하다 

끝내 남자4와 싸움을 일으킨다. 무용과 여선생님은 학생들의 싸움, 흡연, 본드 흡입을 

들어 학생들의 처벌을 교장선생님께 건의하고, 

연극영화과 담임선생인 남선생은 이것을 막고자 안간힘을 쓴다. 남학생4는 

양호선생님을 사랑하게 되고, 양호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꾀병을 부린다.
소지품 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담배, 라이터, 잡지 등을 숨기나 여선생에게 

발각되고 만다. 남자1은 모든 죄를 뒤집어 쓴다.
여자1은 남자1이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도와 주려 하나 남자1은 받아주지 않는다. 

여자1은 연극에서 자기에게 키스해 달라고 남자1에게 간청한다. 
남자4는 양호선생이 들어갔다 나온 변기에서 이상한 짓을 하다 여선생에게 들킨다.
여선생으로 부터 벌을 받는 남학생4는 남선생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한달이 지난 후에도 학생들의 말썽은 끊이지 않는다.
'꼴찌를 사랑해요' 연극 속에서 학생들은 자기들의 아픔을 호소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대사를 한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학생1은 여학생1에게 

대사에도 없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키스한다.

 

 



지금까지의 청소년 문제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습에 의한 억압때문에 비밀아닌 비밀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비밀 아닌 비밀이라 함은, 이미 우리의 청소년 문제는 최악의 생태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라는 단어아래 극소화시켜 왔음을 말한다. 매스컴에 의해 보여지는 청소년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교육 체제 아래 길들여진 꼭둑각시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이에 우리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자 한다.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는 현재의 이 땅의 청소년들의 모습, 그것은 물론 지극히 불량적이고 흔히 말하는 학생답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왜 그들은 그래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실 그대로 보여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일반화된 사실을 감춘 채로는 그 어떤 문제의 해결도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충격적인 극소수의 모습은 자제하고자 한다. 예술은 고발이 아니며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반항아와 정신적 방황아, 그리고 이성문제, 덜익은 어른행세등은 어찌보면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인 것이다. 무언의 방황을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진실과 그 방향을 제시해 주고자 한다.

 



작가의 글 - 김혁수
참으로 정상적인 청소년이 있었다. 아니 그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어느 누구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은 참으로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청소년의 생활 기록부에 불량학생, 그리고 요주의 학생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시뻘건 도장을 찍어 놓았다. 왜냐하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가출을 하고, 시험을 거부하고, 머리를 기르고, 여학생을 사랑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사창가를 기웃거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참으로 정상적인 그 청소년은 그 스스로 참으로 정상적인 청소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부했다. 자신의 현실과 시대의 관습과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그래서 참으로 정상적인 그 청소년은 방황했다. 그러나 먼훗날, 참으로 정상적이었던 그 청소년은 참으로 정상적인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정상적인 그 청소년에게 시뻘건 도장을 찍었던 그 누구도, 참으로 정상적인 어른이 된 참으로 정상적인 청소년을 참으로 정상적인 어른이라고 불렀다.

 

김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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