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을 때,
영영 소식도 없고 찾을 길도 없어 막막할 때,
갑자기 모든 것이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이 작품은 만삭의 몸으로 떠나간 사랑을 기다리는 이자라는 여인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여행일지이다.
자신의 몸 속에서는 떠난 사람의 아이가 조금씩 자라나고,
여인은 무작정 여기저기 그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여인은 현실과 과거. 그리고 환상의 여정을 떠다니며 여행 중에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일상과 에피소드를 배 속의 아이에게 여행일지 식으로 들려준다.
<李子의 世月>은 배 속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아픔이 자라나고
정작 아무 곳으 로도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의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기다림을 논하는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돌아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무수한 절망과 고독을 이야기한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만삭의 몸으로
현재와 과거,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자라는 여인의 여행일지.
고독과 절망이 가득한 인생 속에서 피어나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버림받아 전무의 상태로 전락해 버린 어떤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사이사이에 여인네들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이 틈입한다. 연극 ‘이자의 세월’. 한 여인의 외면과 내면, 또는 현실과 환상(또는 악몽)이 공존하는 무대다. 미쳐버린 이자가 환자복 차림에 가짜 아기를 업고 어르며 팩 소주를 마신다. 이자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환상의 여정을 떠다니며 여행중에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아이에게 일지 형식으로 들려준다.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존재가 사라졌을 때, 그것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속에서 피어나는 무수한 절망과 고독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무대 한켠에는 한 여인이 나체로 서있다. 배반감과 복수심에 아이를 떨구고, 껍데기만 남은 이자다. 미친 이자의 내면이다. 여인의 한(恨), 그 처절함이 우선 무대 가득 밀려든다. 중절수술로 아이를 뗐지만, 그녀는 넋이 빠지고 만다. 그것은 결국 남자에 대한 복수였지만, 아이에 대한 살인이라는 사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를, 태아를 가위로 찔러 죽이는 그녀. 바로 옆의 내면은 인간이라기 보다 나무등걸 같은 여인의 다 벗은 몸, 인간의 육체 속에 내재한 식물성을 구현해 보이는 벗은 몸이다. 핀 조명에 고정돼 마치 채집된 곤충처럼 움직임이 박탈된 그녀의 몸은 서글픈 나체다. 무대는 그녀가 견뎌낸 시간들의 총합체다. 한국 여인들에게 강요된 인종의 시간이 현재의 사건들과 나란히 천연덕스레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합쳐져 이자(李子)의 세월을 만든다. 그 시간은 한국 여성의 가려진 반쪽 진실이다.
작가의 말 - 박근형
악몽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관객의 앞에서 몸을 쓰는 배우분이든 아님, 무대 뒤에서 머리와 손발을 쓰는 스탭이든 연극과 관계된 사람들은 꾸어본 꿈 말이예요. 어느날, 시공도 초월한 어떤 무대에 대사도 배역도 모르는채 공연장 위로 떠 밀쳐 나왔을때 황당하지요. 조명빛은 환하지, 좌우 포켓에서는 우물대는 내 게 어서 대사를 읊조리라 눈짓 재촉이 들어오지- 알아야 대사를 하지. 이도저도 못하고 질질 오줌이 흐르는 내 몸을 관객은 멍하니 처다보며 어이 없어 하지 - 관객은 왜 그렇게 많지요. 도망은 가야겠고, 할수 없이 몸을 날려 새가 됩니다. 근데 저만치 극장을 벗어나 날아가는 이 새를, 거대한 독수리, 까마귀, 까치들이 꽥꽥소리를 지르며 환불해 달라면서 쫓아오지요 끝까지, 꿈에서 깰 때까지 쫓아오지요. 당연히 휴. 한숨과 함께 식은땀 흐름니다.
꿈이란 원래 숨을 곳도 없는 망망한 사막이지요. 근데 문제는 그 꿈이, 그 악몽이 요새는 현실이란 말이지요. 자업자득, 넘어가기엔 밤낮 없는 진땀의 세월이네요. 악몽의 세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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