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범석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

clint 2024. 4. 6. 18:27

 

1960년 이른 봄. 3·15 정·부통령 선거를 앞둔 정계는 전례 없이

불안과 긴장에 휩싸였다. 야당인 보수당의 오 박사와 여당인 공화당의

박사의 선거대전은 전 국민의 관심거리였다.

보수당 중앙위원인 강기수는 60고개에 선 쟁쟁한 정객이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그가 야당의원이라는 탓으로 순탄하지가 못했다.

그러므로 강기수의 아내 정아는 남편 몰래 계와 빚돈으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강기수는 신념에 사는 정객이었다.

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오 박사의 당선은 결정적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들 사이에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돌연 오박사가 심장마비로 죽게 되자 강의원은 흔들린다.

게다가 여당의 집요한 포섭과 특히 자식들의 장래가 얽힌다.

아들은 미국유학을 계획하는데, 여권이 안나오고, 

큰딸은 사위가 일본에서 어렵게 도피생활( 아버지와 연관된 일)을 하고,  

막내딸은 여당 대표의 아들과 사귀고 있다. 더구나 부인은 결단을

내라고 독촉을 하며 빨리 여당 대표댁에 인사하러 가자고 성화이다.

결국 야당에서 여당으로 갈아타고... 그 후 4.19가 터진다.

 

 

 

 

자유당 말엽의 4․19혁명을 배경으로 구세대이면서 정치모리배인 아버지 김기수 의원과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신세대 아들 대영을 갈등의 축으로 하는 작품이다.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 제작극회의 9회 공연으로 올라간 작품이다. 4·19 기념 공연으로 국립극장에서 공연됐다. 4·19 1주년 기념공연으로 제작되었는데, 혼탁한 정치 상황에서 드러난 신·구세대 간의 갈등을 형상화한 것으로 차범석의 정치·사회의 비판적 인식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글

"나는 1961년 첫 희곡집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4.19를 소재로 한 작품이자 나의 최초의 정치극이었다. 야당국회의원이 변절하다가 최후를 맞는 비극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파는 일이 그 얼마나 추악한 일이여, 우리나라 정치풍토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그러한 철새족에 의해 흙탕물을 튕기는 실상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희곡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이 나에게 관련된 사연은 유별나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소극장 연극만을 해오던 '제작극회'가 최초로 대극장 진출을 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대로 “1955년 조선일보사에서 연 신춘문예현상에 당선된 「귀향」부터 1960년 8월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이 탈고되던 동안에 발표한 작품 중 조부영전에 이 책을 밧치나이다” 라고 씌여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조부가 연극에 종사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시인의 가정」(단막)· 「나의 계로」(2막)· 「정치삼매」(단막)· 「근리십자가」(5막)· 「연의 물결」(3막) 등 장·단막 희곡 5편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의 주제는 계몽작가답게 대체로 전통윤리와 신사상과의 괴리 갈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쟁 직후의 폐허와 같은 상황에서 가난과 싸우는 서민들의 고통과 울분이 표출되고 있으며 이 희곡집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4·19학생혁명의 배경이 되는 정치권력의 부패가 신랄한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로부터 그는 정치를 지극히 혐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희곡집으로 그는 유치진의 뒤를 잇는 정통 리얼리즘 극작가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