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출발해
한국 근대사와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가로지르며
마치 한 편의 시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비정규직으로 방송국에 글을 팔아 먹고사는 작가,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빨아먹고 사는 방송국 PD, 군수품 판매업자,
그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사들이려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산 속의 기도원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반전이 거듭되던 사건은 뜻밖의 결말에 다다른다.
마치 과거사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진실을 덮어가며 도착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된 지금의 우리 사회처럼.
과연 우리의 상식 바깥에 존재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 강남 부유층과 북핵 문제에 관한 이야기,
부패한 종교인과 광신도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알고 보면 대한민국의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될 폭력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희곡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은 상상력과 트라우마,
그리고 비틀린 욕망에 열광하는 군상들이 엮어내는 독특한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밝히는 바, 본래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본 작품은
그 장르가 무대공연을 위한 희곡으로 각색되면서 풍부한 유머와 날카로운
냉소가 더해져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재탄생 되었다.
작가의 글
땅을 보고 다니면 돈을 좁고, 하늘을 보고 다니면 UFO를 본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깟 UFO는 봐서 뭐하겠냐만 왠지 돈 몇 푼 줍는 거 보다는 훨씬 더 삶에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너무 거창한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현실의 삶에 있어서는 단 돈 몇 푼이라도 줍는 게 낫다는 반론도 충분히 예상 가능 하다. 돈이냐 상상이냐 그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이 질문은 비비 꼬여 있기 때문이다. 딱 떨어지게 ‘돈’아니면 '상상'을 택하라고 선택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돈이 상상이 되고 상상이 돈이 된다고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얼마나 많은 상상이 돈이 된다고 사람들을 흘려 주머니를 털어갔던가. 피 같은 돈인지, 피 빨아 먹히듯 빨리는 돈인지 모를 소위 혈세를 누구 머리에서 나온 지 모를 그놈의 상상 때문에 공중분해 시킨 게 또 얼마인가. 요새 뉴스를 보면 최소한 조 단위의 돈은 되어줘야 그나마 눈길을 끌 수 있어 보인다. 몇 백억 정도 따위의 푼돈은 언론에서도 잠시 다루다 말고, 사람들 역시 기억 속에 오래 저장해 두지 않는다. 창조를 위해서는 상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상상이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경우 결과는 대부분 공상으로 허탈하게 끝나고 만다. 그 과정에서 투자된 돈과 노력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손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렇게 상상은 어쨌든 돈이 된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머리에서 나온 상상이 아니며 당신의 계좌로 입금될 돈 또한 아니다. 그건 당신과 나처럼 평범한 지구인을 지배하려는 외계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이요. 그로 인해 우리의 피 같은 돈은 그들의 계좌로 입금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손만대, 영생불사의 몫을 챙겨 이 땅에서 이륙해 어디론 가 떠나고, 남은 우리들은 잉여 취급 당하면서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고 가끔씩은 억울하게 떼죽음당하기도 하며 서서히 멸종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이 희곡은 애초에 다큐멘터리 제작될 것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연극 대본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 손실분을 채워 넣기 위해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형식을 일부 빌려 왔다. 본문이 등장하는 지명, 인명, 회사명 등등은 모두 상상의 소산일 뿐이며 특정인 및 특정사실과 무관하고 그 내용 역시 허구라는 사실을 밝힌다. '저들'은 상상이 현실인 것처럼 떠들지만, 나는 반대로 현실이 상상일 뿐이라 고 말하는 것이다. 일개 지구인인 나는 단지 무사 무탈하게 살고 싶을 뿐이기에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지구인 친구들 중 이 희곡을 실제 연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출판사를 통해서 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 건 나에게 연락을 주기 바란다. 그럼 나 또한 외계인의 위험성을 알리고 그들의 계략에 맞서 싸우기 위하여 최대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2014년 11월 25일 - 다이어트 수영을 포기하고, 대신 카페인과 초콜릿을 흡입하며 책의 서문을 쓰기로 한 새벽에 아이잭 신
저자 소개 : 아이잭 신
미디어 아티스트, 대학 강사, 명예교수, 문화예술교육단체 대표, 극작가. 공연영상감독 등으로 지내며 미술사, 문화사, 미디어 이론, 컴퓨터 그래픽, 영상제작, 스토리텔링 등을 대학에서 강의하였다. 구정중, 서울고, 뉴욕주립대, 뉴스쿨대학원, 연세대학교 박사과정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강남 변두리에 땅을 샀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뉴욕, 뉴저지, 메릴랜드, 런던에서 스무 살부터 서른넷까지 14년간 살다가 고국에 돌아와 지금은 초고속 난개발 중인 신도시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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