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정우 '다림질 하는 사람'

clint 2023. 6. 24. 05:48

 

이 극의 주인공은 좁은 밀폐공간인 세탁소에서 반복된 다림질을 하며 그 공간에 갇힌 자이다. 외로움과 지하철 소음에 시달리다 그는 고독과 소음에 함몰되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한 여자(옷 세탁하러 오는)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집착의 현상들을 목도하면서 그녀가 자신을 고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리라고 확신하게 된다. 마치 먼로와 엘비스의 만남과 같이 환상속에서 밀착되어간다. 그러한 확신은 실제에선 그녀에 대한 집착으로 발전하고 그녀와 상관없이 이젠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자신의 갇힌 삶의 구원자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미 그녀는 현실 속의 인물이 아니며 자신을 구원해주는 환상 속의 인물로 변질된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오로지 그녀와의 사랑을 꿈꾸면서 환상 속에서 다가간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그의 구원자가 아니며 그녀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주인공은 그런 현실을 인식할수록 점점 더 광적으로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의 주검을 다림질하게 되고 그러한 집착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 자신 헤어나올 수 없는 고립의 굴레에서 자멸하는 다림질을 하면서….

 

손정우 작가, 연출

 

현대인의 집착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 집착은 인간 상호간의 신뢰와 대화가 단절된 현대사회에서 인간들이 점차 개인화 되고 고립되어가면서 그러한 고독과 소외에서 탈피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을 대신 성취시켜줄 대상을 찾게 되고 그때 인간은 그 대상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집착은 점점 더 자신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 대상과 비현실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점차 자멸해 가기도 한다. 즉 집착으로 인해 인간은 마침내 자아를 상실하게 되고 더욱더 소외되고 고독해지면서 환상과 이상 속으로 도피하고 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인간은 절대 고독으로 빠지면서 자멸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런 세탁소 남자의 스토킹 적인 사랑을 통해 현대인의 집착에 대한 공포를 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