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은 ‘인간시장’이라 지칭되는 인신매매의 본거지와
창녀촌을 중심으로 이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다.
주인공인 장총찬의 성격자체가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정치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의 시대적 울분을 드러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일종의 히어로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주인공 장총찬(연극에선 진유영)이 벌이는 문제 해결사로서의 활약과 더불어
간호학과 대학생인 다혜(연극에선 경애)와의 연애 이야기가 또 한 축을 이룬다.
이 작품에는 사회의 모순된 구조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인간시장’의 부조리한 측면과
이에 대응하는 주인공의 좌충우돌식 접근법, 그리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다혜와의 사랑 등
대중의 흥미를 끌어낼 여러 코드들이 숨어 있다.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간시장에서 주인공 장총찬이 악당들한테 가하는 응징의 수준은
고작해야 몇 대 때리고 나서 "너희들 앞으로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고
훈계를 하면 악당들은 "네, 네."하고 벌벌 떠는 정도에서 그친다.
사실 1980년대에 2020년대인 지금 같이 주인공이 악당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는 발상 자체가
사회에서 통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납치살인사건은 종종일어났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재미삼아 아이들을 때려죽이는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
소설 <인간시장>은 1981년 첫 출판이후 1989년 총 10권이 출판되는 내내 베스트셸러였으며 소설가로는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출간 2개월만에 10만부, 출간 3년만에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 80년대 내내 베스트셀러와 밀리언셀러가 된 것은 당시의 군사정권은 대학가, 노동 현장, 군부대, 판매금지, 해외 근로 현장에서 판매금지를 시켰던 상황에서 세운기록이며, 영화와 드라마로, 연극으로도 제작되었으니 엄청난 인기를 가름할수 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자신을 「작은 악마」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도무지 악마적인 데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도리어 몹시 천사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악마처럼 나쁜 짓을 하긴 커녕, 천사처럼 착한 짓만 하기 때문이다. 그가 가는 곳엔 반드시 나쁜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 사는 곳엔 반드시 나쁜 사람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그 나쁜 사람은 뒷골목 폭력배일 수도 있고, 인신 매매 업자일 수도 있고, 회사를 송두리채 들어먹으려는 회사 간부일 수도 있고, 가짜 종 교로 떼돈을 벌려는 엉터리 교주 일당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나쁜 사람들이 그가 나타났다 하면 동곳을 빼고,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가 너무나 주먹이 세고, 게다가 모든 특기에 통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표창 던지기까지 귀신 뺨 쳐먹는다. 그는 그런 자신의 특기를 충분히 활용해서 어려워져만 가는 사람들을 구해준다. 정말 쾌재/ 하고 싶으리 만치 통쾌 무비한 일이다. 말하자면 그는 한국판 슈퍼맨이며, 현대판 홍 길동이다. 만약 이 표현이 과장되었다면 그는 한국판 전맨이며, 현대판 협객(俠客)이다. 그는 그런 착한 짓을 하면서도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착한 사람들이 곤경을 모면한 걸 보며 즐길 따름이다.아니 한 가지 은 근히 보답을 바라는 게 있다. 그건 다름 아닌, 경애 (이 연극의 여주인공)이 자신이 하는 일에 감동되어 몸을 맡겨오는 일이다. 그런데, 그 연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도리어 「도대체 넌 뭐야? 홍길동이야 ? 슈퍼맨이야? 해결사야? 깡패야? 도대체 뭐냐 말야?」하고 못마땅해 하기 일쑤다. 그런 즉슨 몸을 맡기긴 커녕 입술도 허락하지 않을 지경이다. 그는 별 수 없이 하나님에게 호소할 따름이다. 「하나님, 뭐 뾰죽한 수가 없겠읍니까? 여자 맘이 후딱 돌아서버리는 알약 같은 거나, 부적, 굿, 최면술 따위라도 말입니다. 하나님, 당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니까 잘 아시 겠지만, 사내 나이 스물 두살이라면 얼마나 맘과 몸이 급한지 알거 아닙니까. 하나님, 나도 알만큼은 아는 사내인데, 도대 체 여자의 맘을 알 수가 없읍니다. 여자들은 정말 맘과 몸이 급하잖은 겁니까? 웬만하면 알려 주세요. 혹시 하나님도 여자 맘을 모르는 거 아닙니까?」 오,신세 가련한 작은 악마./ 아무래도 그가 스스로를「작은 악마」라고 일컫는 건 그의 위악적(僞惡的) 취미에서 나온 것 같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정우 '다림질 하는 사람' (1) | 2023.06.24 |
---|---|
황석영 원작 최솔 대본 '삼포 가는 길' (1) | 2023.06.23 |
김정숙 '소녀' (1) | 2023.06.21 |
강은경 'Happy Birthday Two' (1) | 2023.06.20 |
최상희 '어느 날 갑자기' (1) | 202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