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구멍에 갇힌 두 남자를 통해 '차이'를 조명한다. 영문도 모른 대 낯선 구멍에 갇힌 두 남자 '가'와 '나'. 막막한 그 곳 엔 단 하나의 구멍만이 있을 뿐이다. 구멍에 개의치 않는 가 군과 안절부절하며 빠져나가기 위해 조바심하는 나군은 다양 한 인간 군상 가운에 하나인 사람들이다. 관객들과 멀리 떨어 져 있는 이들이 아니다.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두 정자 이야기를 그린 ‘어느 날 갑자기’(최상희 작·민복기 연출).어느 날 갑자기 구멍 하나만 뚫린공간에 갇힌 두 정자 하나는 행동부터 하고 보는 타입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부터 하는 타입 둘 중 구멍을 빠져 나와 인간이 되는 것은 당연히 전자. 그러나 인간이 된 것이 꼭 잘 된 일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어느날 갑자기’는 상상력이 넘친다.어느날 작은 공간에 갇힌 두 남자.‘가’는 폐쇄공간에서 노래하고 운동하고 “그냥 까라면 까”를 외치면서 ‘틀’을 수용하지만 ‘나’는 “저 밖에 뭐가 있을까”라며 작은 구멍을 통해 탈출하려고 몸부림친다.이런 ‘나’에 대해 ‘가’는 “저 새끼 때문에 집중이 안돼”라고 불평한다.폐쇄공간은 자궁속이고 두 남자는 정자이며 바깥을 그리워하는 ‘나’는 결국 자궁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가는 인간이다.인간은 그렇게 틀속의 안주를 거부하는 존재임을 주장한다.
최상희/ 작가의 글
「어느날 갑자기」의 공연대본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작가집단 창작일기의 창간호 희곡집에 실린 「'나'에게 구멍이 있다」는 나의 희곡에서 출발하여 연출자가 다시 썼다. 「'나'에게 구멍이 있다」는 자신의 의식의 틀 속에 갇힌 남자가 생각만 하다가 결국 구멍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틀을 의식하지 않는 남자는 자유롭게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물 '가'는 무슨 일에서나 행동부터 하는 사람이며 '나'는 무엇을 할지 먼저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패턴을 지니고 산다. 어떤 사람은 언제나 무슨 일에나 씩씩하고 저돌적이며 적극적인 반면, 어떤 사람은 항상 조심하고 주저하며 소극적이다. 사람은 특별히 충격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없는 한 자신의 행동패턴을 벗어난 짓을 잘 하지 못한다. 이 희곡은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부모님과 두 동생, 영훈이와 성진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상희/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희곡: 박기홍 이야기」, 「길위에서」 무용대본: 상한 영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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