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인류의 과학문명이 비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한 먼 훗날의 미래. 그때쯤 이미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 인구로 인해 자원 고갈에의 위기를 맞게 된 지구의 인간들을 살기 좋은 새로운 별을 찾아 미지의 우주로 진출한다. 주인공 우민호는 역시 그같은 임무를 띠고 은하계 탐사활동에 나선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도 블랙홀이라는 우주의 시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민호가 떨어져 들어간 곳은 우연히도 바로 견우가 사는 별이다. 전설을 모르는 민호는 견우와의 조우에 현실과 전설속의 혼란을 느끼지만 어째든 견우에 의해 이 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는 천상의 비밀의 문을 듣게 된다. 그 비밀의 문이란 천상의 세계를 빠져나가는 유성을 따라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빛이다. 빛이 없는 한 우주선은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호는 빛을 기다리며 지내면서 그곳 전설의 세계에 빠져든다. 즉 견우와 직녀의 일년에 단 한번 뿐인 오작교 위의 상봉,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슬픈 운명에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는 직녀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견우의 갈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제의 정원에서 천년화가 천년만에 꽃을 피우게 되고 이 꽃이 피어날 때 동시에 으례히 나타나는 무지개가 우주선에 빛을 제공함으로써 드디어 민호의 우주선은 가동이 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블랙홀을 떠나려 하는 민호에게 견우는 자신과 직녀를 지구로 데려다 주길 간청한다. 이에 민호는 이들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견우의 청에 응하여 우주선을 타고 견우와 함께 직녀를 찾아간다. 그러나 직녀는 견우의 뜻을 만류한다. 그것은 운명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즉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깨뜨리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운명에 굴복해야 하는 견우는 결국 민호를 보내고 천상에 남는다. 다시 견우가 현실의 고통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민호는 현실의 인물인 자신이 전설의 세계에 뛰어들 수 없음에 아쉬운 마음으로 블랙홀을 떠난다.……….
작가의 말 - 최정근
어쩌다 만화 같을 수도 있는 졸작을 여러분께 내보여 드리게 됐습니다만, 원고의 시작과 끝은 메우는 동안 내내 한 가지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한 편의 짧은 이야기로서 듣고 보는 이에게 잊고 있던 어떤 전설에의 추억을 통해서 아련한 감성적 체험 정도는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욕심이었습니다. 자신 없지만 보여드립니다. 관극하신 후, 무대위에서 일어난 건가 내용은 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무대를 보시고 느끼셨던 그 가슴속의 '무엇' 만큼은 영원히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설령 그 '무엇'의 앙금이 미진하더라도 말입니다. 공연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고마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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