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영무 '거슬러 부는 바람'

clint 2023. 6. 25. 13:36

 

 

지방의 소읍에 교회를 가지고 복음을 전파하는 배창익 목사.

중년에 결혼을 앞둔 딸 명자와,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이곳에 예전 그를 돌봐 준 오 교수가 여동생 오선희와 함께 찾아온다,

얼마 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에 걸린 선희를

배 목사에 부탁해 영적치료를 통한 기억 회복을 부탁하기 위해서고,

배 목사는 흔쾌히 승락하고 이 집에서 머물며 선희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치료는 산책을 하고 선희에게 과거의 일들을 조금씩 알려주는 둥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고그리고 얼마 후 그런 일이 읍내에 알려지고

더구나 선희의 과거 (술집마담)을 아는 서울댁의 수다로 확산되고,

더구나 명자의 애인인 강재승까지 나서서 이 일이 꼬이는데,

이 사실을 들은 읍장까지 나서서 목사에게 따진다.

목사는 과거의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나….

모두 선희를 서울로 보내라고 압박하자, 목사는 "내가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조금씩 상황을 느낀 선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작가의 글 김영무

사람들의 우상숭배(偶像崇拜), 그것 또한 사람들이 가진 여러가지 우매함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그 어떤 우상의 가호 아래서 마음 편히 살기를 기원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좀더 자세히 혹은 좀 더 멀리서 바라다보면 사람들은 비단 나무나 돌로 빚어낸 미신적인 대상물 만을 우상으로 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나약한 다수 대중은 흔히 「우상적인 인물」을 창조해두고, 그 인물에게 「신격적인 위엄」을 부여한 다음, 그 우상적인 인물에게 귀의(歸依)함으로써 「절대 안정」을 꾀하려 든다. 그러니까 이러한 사실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비극이면서 희극이요,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수 대중은 「우상적인 인물」의 「인간적인 체취」를 거부함으로써 우상적인 인물이 된 사람은 자연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고, 그를 바라다보는 객관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희극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대중의 「우상 창조」가 의식적인 행위일 때, 그것은 무서운 「폭력」도 될 수 있는 것이며,결국 그. 폭력 앞에서 일 개인의 진술 따위는 무기력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략 이상과 같은 생각을 품고, 나는 가상의 읍내를 무대로 설정, 배창익이라는 한사람의 목사를 등장시켜 그의 인간적인 진실이 다수 대중인 유민들에 의해서 무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그려 보려 한다.

물론 나는 이 작품에서 특정 종교에 대해서 또다른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절대적인 가치」로써의 신을 우러러 받든다는 그 종교적 분위기 아래서 어쩌면 가장 반신앙적 (反信仰的)인 행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또하나의 아이러니를 제시해 보고자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