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대규모 오디션이 열리고 있는 무대 뒷편, 수십명의 댄서들이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배역을 얻기위해 오디션에 열중하고 있다. 시골 출신의 페기 역시 뮤지컬 댄서가 되는 게 꿈이다. 불황에 빠진 공연계에서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으로 재기하려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진행하는 오디션에 응시하려 하지만 오디션 시간에 늦게 되어 좌절된다. 참가자들의 장난으로 페기는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게 되고 막 옷을 입고 있던 빌리 롤러를 만난다. 빌리는 도로시와 함께 주연배우다. 빌리는 페기에게 관심을 보인다.
한편, 최고의 스타였지만 이제는 내리막에 들어선 여배우 도로시가 <프리티 레이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되는데, 이는 부자 애인인 애브너가 그녀를 출연시키는 대가로 공연에 자신의 돈 1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꿈이 좌절된 페기는 극장 밖에서 공연의 3명의 코러스 걸들을 우연히 만나 자신의 끼를 선보이게 된다. 페기에게 관심이 생긴 빌리는 잠들어있는 페기를 마쉬에게 추천하고 페기는 추가 인원을 찾던 줄리안 마쉬는 그녀의 재능을 보고 코러스 걸로 발탁한다. 그러나, 공연 오픈 이틀 전, 페기는 실수로 여주인공 도로시를 넘어뜨렸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연출가 줄리안 마쉬는 페기와 도로시의 연인 펫의 관계를 오해하고 도로시의 사고를 페기가 꾸민 짓이라 생각한 것. 하지만, 실의에 빠진 코러스 단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페기를 여자주인공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결국 다리를 다친 도로시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페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줄리안 마쉬는 도로시의 배역을 그녀에게 맡기게 된다.
남은 시간은 단 36시간. 25페이지 분량의 대사, 노래 6곡, 10종류의 댄스를 소화해야 하는 페기 소여! 그녀는 과연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스타로 태어날 수 있을까?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동명의 원작 영화가 개봉한지 50여년이 지난 1980년 무대에 올랐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에 77편의 뮤지컬 영화가 제작됐을 정도 뮤지컬 영화는 붐이었고 뮤지컬 제작자들은 대거 할리우드로 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TV가 등장하고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젊은이들은 뮤지컬 대신 TV나 영화 등 다른 매체를 즐기기 시작했고, 게다가 티켓값이 오르면서 중장년층 관객들만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추억하면서 극장을 찾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지난날 화려했던 시절의 작품들을 현대에 맞게 고쳐서 재공연하거나 영화를 고쳐 무대화하며 뮤지컬 프로듀서들은 그들의 옛 향수를 자극해줄 만한 뮤지컬의 소재를 찾아 나섰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프로듀서 데이빗 머릭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영화를 무대화로 옮긴 뮤지컬이 낯설지 않게 등장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는 1930년대 브로드웨이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영화의 화려한 분위기를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했으며, 영화의 드라마를 보강하기 위해 작가 마이클 스튜어트와 마크 브램블을 투입했다. 원작 영화에 사용된 뮤지컬 넘버가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에 삽입됐던 5곡뿐이었으므로, 앨 더빈과 해리 워렌 콤비의 다른 인기곡 11곡을 추가해 드라마와 엮었고 토니상 연출상과 안무상을 동시에 거머쥔 고어 챔피언을 연출 겸 안무가로 기용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뉴욕 윈터 가든 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마제스틱 극장, 세인트 제임스 극장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총 3,486회 장기 공연기록을 세우며 브로드웨이의 손꼽히는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5월 포드 센터에서 공연된 리바이벌 버전 역시 2005년까지 총 1,524회 공연되어 화려한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대명사로서의 입지를 확인시켰다.
경제적으로 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는 줄리안 마쉬가 어떻게 뮤지컬을 제작하고 성공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980년대 만들어진 뮤지컬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에서 줄리안은 작품에 대한 열의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프리티 레이디> 계약서에 사인하고, 쉴 틈을 주지 않고 혹독하게 배우들을 연습시킨다. 이 공연이 반드시 성공해야만 여기에 참여하는 수백 명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1980년대에 제작된 뮤지컬에서는 낭만성에 중점을 두며 신데렐라 스토리와 댄스를 강화하였다. 무대에 대한 열정이 강한 도로시 브룩은 뮤지컬에서 한물 간 배우로 설정이 바뀌었으며 무대 막 뒤 그림자와 함께 춤을 추는 ‘Shadow Waltz’ 장면에서 그녀의 형편없는 춤 실력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후 “마쉬를 봐. 쇼의 영광을 자기가 다 차지했잖아. 페기가 아니었다면 쇼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야”라는 사람들의 얘기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 줄리안의 모습을 비추며 막을 내리지만, 뮤지컬에서는 줄리안 마쉬가 배우, 단원들과 함께 <프리티 레이디>를 무사히 마친 후 한층 성숙해진 페기의 뒷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해피엔딩으로 극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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