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기 알루슈리 원작 민준호 재구성 '사랑의 형태'

clint 2022. 12. 11. 08:37

 

 

1991년 프랑스 연출가 기 알루슈리가 그의 극단 발라툼에서 초연을 올린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가 원작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완성되지 않은 대본으로 배우들과 연습과정에서 즉흥으로 인간이 무엇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극단 돌곶이에서 공연된 사랑의 형태30년도 더 된 오래된 이야기, 9천 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이국땅의 이야기를 버리고, 배우들과의 연습을 통해 채집하고 비틀고 정제한 이야기, 바로 오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사랑에 관한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민준호의 연출로 배우들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이야기와 이것을 낯설게 보여줄 움직임의 조화를 통해 사랑과 그 안에 있는 행복, 상처, 치유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제주도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 미호가 꽃을 매개로 삶과 사랑의 아픈 기억을 돌아보는 서사가 뼈대다.

 

 

재구성 및 연출의 글 민준호

이 작품은 배우들과 나는 대학들과 그 안에서 뜯어낸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직접 연기한 배우들에 꼭 아는 이야기여야 했습니다. 이야기를 가지고 같이 대화하여 함께 공감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들이 언제든 그 이야기에 집중돼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사가 연기뿐만 아니라 움직임의 재료가 되어 함께 녹아야 함을 전제로 한 공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미 자세히 알고 있고, 공감하고 있는 재료가 필요했습니다. 움직임과 연기는 사실상 하나이면서도, 우리 머릿속에선 드리는 듯 보입니다. 마치 대사 없는 멋진 춤과 영화에서 보는 연기가 확연히 다른 두 모습처럼 보이듯 말이죠, 하지만, 새로운 공연을 위해 이런 상상을 해냈습니다. 우리가 원래 말로만 대화하는 게 아닌 이상한 생물이라면..... 원래 이렇게 움직이고 싶은데, 말로만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상상들과 대사들이 겹치면서 본적 없는 표현들이 만들어질 거란 기대를 가졌습니다.

우선은 배우들의 실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줄기를 가진 시연으로 조금씩 구성해갔습니다. 계속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함께 움직임으로 표현해보면서 새로운 표현 방법을 모색하고, 천천히 다른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인물이 일반 시연으로 모아갔습니다. 그 줄기는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배우들이 경험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몇 주간 듣고 탐색하고 고민했고, 그 이야기들을 한 송이 한 송이의 꽃들처럼 다르고 극에 나오는 얘기처럼 머리가 두 개면 하나를 잘랐습니다. 필요하면 줄기도 잘랐고, 잘라낸다는 게 마음 아픈 일일 수도 있지만,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필요한 인물이자 구상을 책임진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들을 해가며, 그것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예쁜 꽃들이었던 이야기들이 큰 하나의 꽃다발, 즉 형태가 되도록. 보신 분들이 저희의 이야기의 움직임이 어떤 형태로 다양한 모양으로 남거나 상상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모양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결국 이 자리에선 어쩔 수 없이 글로만 표현해보지만 누군가의 사랑과 이별과 이름과 추억이 누군가에게 자유가 될 거라 믿으며, 여러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국 "사랑의 형태'라는 하나의 꽃다발이 된 이 이야기를 바라보니 아픔은 곱씹기만 할 게 아니라 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들이 이렇게 생겼구나, 네가 이렇게 아팠으니 이제는 다르게 바라봐도 되겠다. 볼 수 있게 될 만큼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어 좋다. 이제 다르게 발전해도 되겠다. 그렇게 직접 바라볼 수 있게 되다 보니- 그들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거듭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