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조지 버나드 쇼 '무기와 인간'

clint 2022. 6. 5. 21:04

 

 

이 극은 188511월에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사이에 실제로 발생했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극은 전쟁과 사랑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대조하고 그것을 통해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영웅주의와 낭만주의를 조롱한다. 비록 발칸반도의 불가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작가는 무기와 인간을 통해 당대 영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이상과 전쟁관에 대해 냉소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구성, 코믹한 무대 공간 사용으로 코미디의 즐거움을 극대화해 작품의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과 독자들의 관심을 붙잡는다. 이전에 연극 무대를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는 연단으로 생각하고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심각하고 진지한 유쾌하지 않은 극을 썼던 버나드 쇼는 유쾌한 극을 통해서도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기존의 통념에 도전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기와 인간을 통해 보여 주었다. 이 극은 안티로맨틱 코미디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며 사랑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과 잘못된 관념의 교정과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제를 전달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극은 전쟁과 사랑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대조하고 그것을 통해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영웅주의와 낭만주의를 조롱한다. 이 극에서 불가리아는 동유럽에 위치하면서 서유럽의 오랜 문화적 전통과 세련된 생활양식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속물적인 나라로 묘사되고 있다. 1막의 지문은 페트코프 집안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겉치레에 집착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라이나의 방의 장식은 부유한 불가리아식과 싸구려 비엔나식이 반반 정도 섞여 있고라이나는 밤의 낭만적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자신의 젊음과 미모가 그 낭만적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는 여자다. 어머니인 캐서린은 "산지기의 아내의 멋진 표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비엔나의 숙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며 그 목적을 위해 어느 때나 최신 유행의 다회복을 입고 있다. 라이나는 자신의 집에 불가리아에서 유일하게 서재가 있음을 블룬칠리에게 자랑하고 2막에서 페트코프는 블룬칠리를 자신의 "서재"로 초대하면서 서재가 있다는 사실을 자랑 스러워하지만 실제로 그 서재는 책도 별로 없는 거실에 불과하다. 세르지우스에 대한 라이나의 사랑도 바로 이러한 속물주의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녀는 오페라와 문학작품에서 읽은 영웅의 모습에 심취되어 세르지우스를 바로 그러한 영웅으로 숭배하려고 한다. 이 극이 비록 발칸반도의 불가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대 영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이상과 전쟁관에 대해 버나드 쇼가 냉소적인 공격을 하고 있음은 세르지우스가 등장하는 지문에서 잘 드러난다. 쇼는 세르지우스를 바이런 주의의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차일드 해럴드와 같은 낭만적 영웅으로 그를 설정한다. 세르지우스와 같은 영웅을 약혼자로 두고 숭배하고 있는 라이나에게 스위스의 용병으로 세르비아군에서 싸우다가 도망쳐온 블룬칠리는 경멸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는 죽기를 두려워하는 군인이며 탄약 대신 초콜릿을 넣고 다닌다. 그러나 그는 아마추어 군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professional)” 군인이며 그가 볼 때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기병대의 돌격을 감행한 세르지우스의 행위는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블룬칠리에게 점점 호감을 느낀 라이나는 그가 떠날 때 그의 코트 속에 자신의 사진을 넣고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세르지우스와 라이나의 고귀해 보이는 영웅주의와 낭만적 사랑은 현실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지켜보는 하인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세르지우스를 영웅처럼 숭배하던 라이나는 초콜릿 크림 군인을 마음에 두고 그에게 몰래 사진을 보내며, 라이나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던 세르지우스는 라이나가 사라지자 하녀인 루카에게 수작을 건다. 이 극의 큰 주제인 전쟁과 사랑에 대한 상반된 개념의 갈등은 위선적인 상류층과 실제적이고 지혜로운 하인 계급 간의 대조에 의해 더욱더 강조된다.

 

 

이 극은 구조적으로도 매우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고, 코믹한 무대 공간의 사용으로 코미디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블룬칠리의 신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궁금증을 증폭시켜 관객과 독자가 끝까지 이 극에 관심을 집중하도록 한다. 라이나가 블룬칠리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루카를 통해 세르지우스에게 전해지고 루카는 그것을 통해 세르지우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치를 발휘한다. 세르지우스가 루카에게 몰래 수작을 부리는 장면을 라이나가 훔쳐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류층 계급이 그동안 지탱해온 위선과 낭만적 사랑의 외양은 산산조각이 난다. 초콜릿 크림 군인에 대한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애꿎은 니콜라가 혼나고 외투 속에 넣어 보낸 사진을 도로 빼내기 위해 무대 위에서는 온갖 책략이 벌어진다. 결국 블루질리의 신분이 밝혀지고 그의 앞에서 페트코프 집안과 불가리아가 자랑해 오던 지위와 자랑거리는 초라한 모습이 되어 버린다. 낭만적 영웅주의는 실리적 행동주의에 여지없이 박살나고 블룬칠리는 자신의 적이었던 세르지우스에게서 진짜 남자라는 찬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