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은 남편의 제상을 차리고 경건하게 제를 지낸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들어온다. 현재의 남편이다. 그는 히스테릭하게 아내를 조롱한다.
그리고 살이 낀 여자라며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이란다.
살이 낀 여자이기에. 그리고 횡설수설 고백하겠다며 말하는 지난 일들...
현 남편이 아내를 취하기 위해 전남편을 밀어 추락사시켰고, 그 아들도 나중에 베란다에서 떨어트려 죽였다고 한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아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단다. 남편은 나를 빨리 죽여라. 아니면 내가 죽이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엽기 살인에 얽힌 공포 복수극으로 갈 듯한 스토리다. 그러나 반전이다. 이들 부부는 마조히스트, 사디스트 부부다. 그동안 먼저 남편과 자식을 보낸 아내가 그런 죄를 현재 남편을 통해 대가를 받았던 것이다. 아내의 등짝엔 그동안 가학으로 받은 상처가 현란하다. 그런 아내가 불쌍해 남편은 오늘은 자신이 살인자로 나서서 아내의 채찍을 맞으려 스토리를 짠 것이다. 결국 아내는 그런 남편의 소원을 들어준다. 그들은 채찍으로 때리고 맞으며 엑스터시를 맞으며 더욱 사랑하는 부부가 될 것이다.
작가가 “연출상 주의할 점”이란 주기를 달았는데, 「우선 이 작품 전체는 환상적인 분위기로 처리해야 하고 이 작품의 모든 액션, 모든 대사의 처리 역시 일종의 유희(놀이)로써 표현해야 한다.」 이 뜻이 나중에야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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