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한영 '처용아바'

clint 2021. 11. 28. 09:17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곳에 한 마을이 있었다.

그곳엔 지금과 별다름 없이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마을 옆에 크기를 알 수 없는 늪이 있었다.

늪은 늘 짙은 안개에 싸여있기 때문에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때론 늪의 안개가 퍼져 나와 마을을 뒤덮으면 흡사 마을은 저승과 같은 신비감이 돈다.

 

막이 열리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늪이 우는 듯한 소리. 마을 사람들이 밤새 이어진 이 불길함을 얘기한다. 그리고 과부가 애를 낳다고 하여 그런 일이 난 것이라고 하여 이곳의 지도자인 장자에게 고하고 장자는 간부인 남자를 찾아 여자와 같이 벌하라고 한다. 장자의 아들이며 며칠 후 미랑과 결혼 예정인 신지가 있다. 신지는 차후 장자의 뒤를 이어 지도자가 될 것이다. 이곳에 처용이 등장한다. 늪을 건너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이곳에 외지인이 온 것이다. 동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왔단다. 그러나 미랑의 간계로 과부의 간부가 처용일지 모른다는 말을 퍼트리고, 심사가 괴로운 신지는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간부는 자신이라고 말하고 미랑은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고 처용과 여자를 늘 건너로 도망시키려 한다. 이곳은 늪이 울고 해마저 깊은 안개에 가려져 점점 더 하늘이 노한 듯 마을 사람 모두 불안해져 가고...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은 작게는 부락이나 크게는 부족국가의 중차대한 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민족의 인습과 규율의 벽을 고수하려는 것과 그들의 관념을 깬 처용을 등장시켜 합리적으로 수습하려는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의 축은 처용이 아니라 신지와 과부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고 부모의 희생으로 살게 된 아들이 장차 장자의 뒤를 잊게 될 것이다. 작품속에는 소리와 조명, 안개 효과 등과 탈의 활용, 처용무를 비롯한 율동이 잘 어우러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색다른 점이라면 여기서 처용의 역할은 들러리다. 결코 주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 사이사이에 깊게 연륜 되면서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해결점이 모여지는 마무리 부분에 이르면 그는 신()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이점이 그간에 처용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연극적 요소 또는 무대적 차원에서의 입장이지 결코 문학적 견지나 희곡적 차원에서의 살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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