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동해안을 배경으로 함경도 출신 월남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고,
12-15살가량의 소년 소녀가 주요인물이 되고 있다.
전쟁이 나서 남자 어른들은 다 차출되고 어머니와 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식․ 기호 형제가 바다에 나간다. 그들은 다 썩은 나무배를 타고 낚시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꽁치를 잡아 온다. 이들의 배에 수련이란 여자아이가 동승하는데,
그는 전쟁 통에 아버지를 잃고, 엄마는 집을 나가, 할머니 손에 맡겨진 아이이다.
머리 위로 총알이 발사되는 상황 속에서 생계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상황은 전쟁의 처참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무엇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기식은 수련이가 배를 탄 이후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데, 이것을 자신에 대한 무시라고 느낀 수련이 기식에게 말을 걸고, 이에 기호는 형에게 말을 건네지 말라며 안절부절못한다. 사실인즉 집에 폭탄이 터졌을 때 기식이 기호를 감싸 안아 기호는 무사했지만, 기식은 고막이 터지고 혀를 다쳐 벙어리가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기식은 자신이 벙어리임이 드러나자 돛대를 부여잡고 괴성을 지르며 운다. 그리고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돛대는 십자가가 되어 기식을 짓누른다는 것이 마지막 무대 설정이다. 그런데 이때 돛대가 십자가 형상으로 되었다는 것은 다분히 상징적 의미를 띤다.
전쟁이라는 상황에 던져진 세 어린이가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살며 겪는 어려움을 그린 작품으로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통해 전쟁의 공포와 인간의 이기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전쟁 무기들과 대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일견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를 시적 언어와 간결한 짜임새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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