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베스크>는 양식화된 식물 모티브와 줄기 등을 뜻하는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어 아라베스코(arabesco)에서 유래했다. <아라베스크>는 난민 심사와 관련된 연극이다. 연극 <아라베스크>는 2019년 노사용단막극제에서 선보여 대상을 수상한 단막극 <심사>를 발전시킨 작품이다.
예멘인 마흐무드가 난민 심사를 받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018년 여름, 예멘인 마흐무드가 제주도로 온다. 피부색, 언어, 카피에, 라마단, 아잔... 무엇 하나 익숙한 것 없이 온통 생소한 타인뿐인 한국이라는 나라다.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열 장 남짓한 난민인정신청서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의 진술뿐이다. 조사관, 보조, 통역은 그를 이 땅에 받아들여도 되는지 고민한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눈빛으로…. 신청자는 작성한 서류일지라도 자신의 아내와 자녀의 이름을 바로 적어넣지를 못한다. 고국에 알려지면 징계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어디 가족문제 뿐이랴…?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을 하기에 음료수조차 마시지를 않는다. 심사관 역시 그간 수많은 신청자의 내력과 생활 그리고 가족 그 외의 상세한 내용을 일정한 기일안에 파악해, 적 부적을 가려내야 하기에, 심사관도 보통 힘드는 게 아니다. 연극에서는 심사관과 보좌관 그리고 통역이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이슬람권의 국가 예멘의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무비자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이 난민지위를 신청하고, 난민심사관에 의해 난민자격을 인정받으면 정착과 취업을 할 수 있기에 대거 신청을 했지만, 자격을 얻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라는 바이블의 문장처럼 여간 힘드는 게 아니다. 그러나 2013년에 한국에 난민법이 제정되면서 이슬람권에서는 한국이 난민에게 우호적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난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1만 8천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는가 하면, 2018에는 자국의 전쟁을 피해 입국한 예멘인이 561명으로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물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2만여명의 난민을 20명의 심사관이 심사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통역관의 배정 또한 수월한 일이 아닌데다가, 난민 개개인의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에도 시간과 자료가 충분치 않기에 수백 명의 신청자 중 한두 명만 난민지위를 취득했고, 거주권을 인정받고 취업을 해도 제주도에서는 마굿간 청소나 말 먹이를 주는 일, 또는 그와 비슷한 일밖에 못 얻게 되니, 난민자격을 취득해도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글
우리 사회는 그들과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2018년 5월 제주도에 예멘인 561명이 입국하면서 난민문제가 한국사회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또 다른 방식의 외국문화유입이라 여겨진다. 난민의 형태든 국제결혼이나 외국인 노동자의 형태든 우리는 다양한 외국인과 함께 한반도에 살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온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이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도주의는 한국에 입국한 난민들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과 난민문제기 양립할 때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나.. 폐지를 주우며 연명하는 독거노인들과 실업 급여를 신청하는 취준생, 그러고 난민은 서로 배척하기도 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생소한 문화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침투할 때 우리에게 드러나는 일면이 우리를 성찰하게 해줄 것이다. 그들과의 마찰과 공존을 통해 모두의 삶이 풍성해지고 확장되길 기대한다.
최진아(1968~)는 치과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로 전공을 바꾸고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이 후 ‘연애 얘기 아님’이란 작품을 직접 극작한 뒤 연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6년 선보인 ‘사랑, 지고지순하다’는 연극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한국연극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올린 ‘1동 28번지 차숙이네’로 대산문학상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베스트 7, 동아연극상작품상 수상 외에도 동경아트마켓에 공식참가 하며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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