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의 작고 허름한 집. 그곳에 미국에서 한국 기지촌 여성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 조사차 하나가 도착한다. 하나는 젊은 시절 기지촌 클럽에서 미군을 상대하다 얻은 아들 마이클을 입양 보낸 순영을 인터뷰하려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한 집에서 살던 클럽 여성이 죽은 지 사흘 만에 쓸쓸히 발견되고, 자신의 과거와 닮은 필리핀 여성 써니의 모습을 본 순영은 그 동안 속에만 담아두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하나는 그곳에서 젊은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왔다 순영을 만나 기지촌에서 일하기 시작한 화자, 가족의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필리핀 여성 써니, 미군기지 철수 활동가 상철,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춘권 등과 만나며 기지촌에 얽힌 그들의 사연도 듣게 되는데... 일곱집매’는 안정리의 옛 이름으로 일곱 집이 자매처럼 다정하게 살았다고 해서 불리어진 이름이다. 그 마을에 미군 기지가 생겨나고 미군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됐다.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대사다. 작품은 실제 평택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했던 할머니들의 실화다. 이 작가가 우연히 평택을 방문하고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인연으로 무대에까지 올리게 됐다. 3막 역시 봉사센터에서 할머니들에게 녹음했던 실제 사연을 그대로 옮겼다.

이양구 작가는 “자신이 가진 상처의 깊이만큼 타인의 상처를 알 수 있는데 내 상처의 깊이가 얕음으로 인해 할머니들이 가진 상처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평택은 평평한 호수라는 뜻을 가져 평등하지 못한 이 세상을 비춰보기에 좋은 지명이었으며 나는 그 호수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할머니들의 가슴에 고인 눈물의 호수로 생각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가나 연출 혹은 배우들이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70년대 당시 닉슨독트린 이후 우리나라 외화벌이의 주요 자원이자 국가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여겨지며 민간외교관이나 애국자로 칭해졌던 기지촌여성들, 갖은 멸시와 천대 속에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결국 사회에서도 소외되었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의 단면임과 동시에 왜곡된 역사의 단면이다.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기지촌’,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극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우리 가까이 있는데도 오히려 무관심했었구나 하는 자책 때문이었다.

<일곱집매>는 평택 안정리 미군 캠프 험프리 부근 기지촌에서 살았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하나는 젊은 시절 기지촌 클럽에서 미군을 상대하다 얻은 아들 마이클을 입양 보내고 그 집에서 폐지를 주워가며 연명하는 김순영 할머니를 인터뷰하려고 하지만 “가슴에 쌓은 둑은 함부로 무너뜨리는 게 아니다”라며 거절당한다. 아무도 자신들이 갖고 있던 상처를 되새김질하기 싫기 때문이라는 주위의 설명이 있었지만 한집에서 살던 할머니가 죽은 지 사흘 만에 쓸쓸하게 발견되고 자신의 과거와 닮은 필리핀 여성 선희의 모습을 본 김순영 할머니는 그동안 가슴 속에만 담아두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김순영 할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기지촌 생활 도중 흑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수많은 편견과 모멸을 견뎌야 했기에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으며 훗날 아이가 20살이 되어 찾아왔을 때는 차마 그 아이 앞에 나서기 부끄러워 자신이 죽었다는 말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편, 고하나는 그 집에서 젊은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 김순영을 만나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심화자를 만나게 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 한국에 온 필리핀 여성 선희와 미군기지 철수를 위해 활동하는 정상철, 그리고 안정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조춘권 등을 만나 기지촌에 얽힌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된다.

이번 연극의 제목인 ‘일곱집매’는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의 옛 이름 중 하나로 일곱 개의 집이 있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연극 도중에 들려주는 기지촌 여성들의 입을 빌자면 ‘일곱집매’는 안정리에 거주하는 집 가운데 7집은 흑인과 백인 등 갓난아기들이 땅속에 묻혀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장부에 적힌 기지촌 여성들만 해도 500여명, 등록이 안 된 사람까지 합치면 2000~3000명은 되었다는 증언도 연극에서 나타나며 기지촌 여성들은 1주일에 두 번씩 성병교육도 받아야 했는데 당국에서는 “너희들은 애국자니까 나중에 집 한 채씩 지어줄 것”이라는 약속도 했었다고 말한다.
연극 도중 선희는 고하나와의 대화 도중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타인은 결코 기지촌 여성들의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비춰져 가슴을 찡하게 하기도 했다. 또한, 고하나는 2년 후 돌아온 안정리 그 집에서 만난 정상철에게 “펜은 결코 종이위에 머무를 수 없으며 기록한 뒤에는 허공위에 뜰 수밖에 없어 결국 관념이 된다”는 말을 함으로써 역사적 기록 역시도 그녀들의 삶의 애환을 진정으로 담아낼 수는 없다는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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