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 중앙일보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 밀도 있게 그려 소재·구성 등 기성작가 수준
해마다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희곡작가 지망생들의 의욕도 만만치 않다. 금년에도 예년 정도의 응모작이 들어와 엄선한 결과 최종까지 『텅 비인』(김용심) 『할머니의 단식』(김성수) 『하행열차』 『잃어버린 사람들』(조인란) 등 4편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김용심의 『텅 비인』은 특이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없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작자가 삶 자체에서 무엇을 제시하기 보다는 말하고 싶은 의도가 앞선 때문이다. 현대인의 맹목적 욕망을 풍자하려는 생각은 좋지만 작위적인 것은 곤란하다. 『할머니의 단식』은 처음이 괜찮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안이했다. 8순 노인이 단식한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충격적이고 신선한가.
단막극으로서 비교적 잘 짜였고 또 상징과 은유가 돋보인 『하행열차』는 작가의 윤리성에 문제가 있어 아깝게 탈락되었다. 결국 조인란의 『잃어버린 사람들』이 당선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소재· 구성· 언어 등에서 기성작가를 능가할만했다. 즉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를 병원이라는 특정 장소에 놓고 연령층도 여러 가지로 배열하여 매우 밀도 있게 전개한 것이다. 이 작품은 우선 언어구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문학적 바탕이 탄탄함을 보여준다. 다음으로는 연극적 기교가 지나치리만큼 빼어나 오히려 역작용을 할 정도다. 다만 결점이 있다면 해결부분인바 드라마라는 것은 의문의 제기이지 해답이 아니란 사실을 작가는 알아야 할 것 같다.
당선소감 "외면했던 사람들의 삶에 진한 애정"
5일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날 저녁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와 잔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을 희생시켜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던 한 성인을 위하여, 나는 자조적인 분위기에 젖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작품 뭉치를 떠올리며…. 그러면서도 그 다음날 나는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후 늦게야 당선소식을 전해주는 목소리는 상당히 점잖았다. 못지않게 나도 특유의 저음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없이 상상했던 그 순간을 그렇듯 허무하게 끝내고만 것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에, 승리보다는 패배에, 기쁨보다는 고통 속에 있는 삶은 축복받은 삶이다. 그것은 끝없는 도전을 요구하고 가능에로 열려있기 때문이다. 계속에서 불가능을 부숴가는 유희를 꿈꾸었다. 그것은 때로 추락의 아찔함과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그것은 또한 나의 의식의 언저리를 맴돌며 잠들려하는 나를 깨우기도 하였다. 지금 나는 막상 활자화되는 작품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내가 꾸는 꿈이 헛되지 않을거라는 다소의 격려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작품 속에 인물들을 창출해 내면서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삶의 부분들을 돌이켜 보았다. 무심하게,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로 족한 이 기쁨을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약력
▲1963년 전남 보성 출생 ▲1984년 서울예전 연극과 수료 ▲1990년 서울예전 극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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