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출이와 월출이는 떠돌이 소리 광대이다. 팔도를 떠돌던 그들은 아귀 들린 한 사내를
만나고, 그 사내에게서 아귀를 떼어내는 이모라는 여인도 만나게 된다.
스스로 아귀의 이모라고 정체를 밝힌 그녀는, 아귀를 북망산 우물가 지어미에게
데려다 주려고 길을 간다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에게 붙어 결국은 배가 터져 죽게 만드는
아귀라는 이 나쁜 귀신을 그 어미에게 데려다주면 아귀의 악행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일출, 월출이는 그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길을 가던 중 쌀과 떡 광주리를 이고 진
젊은 부부를 만나게 된다. 샘골 김 부자네로 간다는 얘긴데, 김 부자가 해괴하게도
쌀을 한 가마니 가져다주면 다음 날 두 가마니, 그 다음날은 네 가마니, 이런 식으로
곱절을 쳐서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방 온 동네 사람들이 쌀이며 돈을 들고
김 부자네로 간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에 팔려 이모는 아귀를 놓치고
모두들 아귀가 그 김 부자네로 갈 것임을 예감하게 되는데….

우리의 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번 공연은, 객석과 무대 사이에 가로놓인 제4의 벽을 허물고, 또한 관객을 극 속에 참여시키는 열린 형식을 통해 연극의 재미를 한껏 살려 보여주었다. 이 공연은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띄고 있다. 스스로 아귀의 이모라고 정체를 밝힌 여인의 행로에 일출과 월출의 소리 광대가 합류하고, 그들은 멀쩡한 사람에게 붙어 배가 터져 죽게 만든다는 아귀를 붙잡아 북망산 우물가에 가둔다. 이번 공연은 한정된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대 중앙의 천을 이용한 그림자극과 고수를 이용한 악의 장단을 기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모 역을 맡은 여자 광대의 판소리가 그렇다.
마지막 커튼 콜 이후에 출연진들이 극장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봉투 속에는 이 작품의 주제가 들어 있다. 봉투 겉면에는 ‘절대 열지 마시오.’라는 주문이 붙어 있는데, 이는 아귀를 가두어 놓은 북망산 우물을 상징하고 있다. 봉투 속에는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으며, 욕망을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라는 경구가 씌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주제인 셈이다.

작가의 글
아귀!
몸은 수미산만한데 목구멍은 가늘어
늘 배가 고프다는 아귀!
아! 이 세상에 아귀가 너무 많다
아귀지옥이로다!

아귀(餓鬼)는 범어의 Preta를 옮긴 것인데 이는 원래 죽음이란 뜻을 지녀 ‘귀’로 번역되었으며, 굶주린 귀신을 뜻하는 아귀로 변하였다. 아귀는 배는 수미산만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작아 항상 굶주려 있으며 먹을 것을 극도로 탐하는 불쌍한 귀신이라고 한다. 곧, 생전에 저지른 악업이 무거워서 아귀도(道)에 빠진 귀신을 말한다. 아귀도란 아귀 귀신들만이 모여서 살아가는 세계로, 음식을 먹으려 하면 불로 변하니 굶주릴 수밖에 없고, 또 그들은 늘 매를 맞는다고 한다. 따라서 몸은 해골처럼 야위어 있으며 벌거벗은 채로 뜨거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늘 목이 말라 있다고 한다. 이곳을 지옥도, 축생도와 함께 삼악도(三惡道)라 부른다. 스님들이 바리공양을 하고 나서 그릇을 깨끗이 씻은 다음 그 물을 마당의 독 위에 버리는데, 그들의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귀들은 다른 물을 보면 불을 보는 것과 같아 마시지 못하지만 이 물만은 마실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아귀는 어쩌다 생긴 것이냐. 우리나라 조선시대 아귀 전설을 보면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를 굶다 죽은 사람이 역시 죽어서도 아귀가 되어 잘 사는 양반집에 들어가 사람이 먹을 상을 탐하기도 하고, 원한을 품고 죽은 이의 몸에 들어가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며느리를 굶겨 죽인 시어머니에게 아귀가 된 며느리가 들러붙어 복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또한 자손이 선조의 영혼에 봉사하지 않아서 그 영혼이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다고도 하고, 생전에 욕심이 많고 인색하여 보시(布施)를 하지 않았거나, 남의 보시를 빙해했던 자가 아귀로 태어난다고도 한다. 아무튼 경전에 의하면 탐욕과 질시가 원인이 되어 아귀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염치없이 먹을 것을 탐하거나, 싸움을 잘하는 사람을 칭하여 아귀 같다거나 아귀다툼을 벌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 아귀의 가장 큰 고통은 채워질 줄 모르는 배고픔과 목마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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