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제21회 부산 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수상한 정경환의 희곡 작품이다.
영화와 연극이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자 한 작품으로, 무대도 사실주의극의 구체화된 묘사를 피하고 사막 하나만을 수직으로 내려뜨리고 텅 빈 무대라는 설정을 관객하게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객석과 분리하지 않고 인물 등장을 자유롭게 하고, 극중극은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비사실적인 표현주의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 즉 권력욕, 물질에 대한 욕망, 거짓과 위선, 그리고 모순 등을 투영한다. 진실을 말하면서 거짓을 내지르는 세상에 연극은 거짓을 말하면서 진실을 추구한다는 상징화된 미학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사내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였지만 당시 이라크 전쟁으로 저승길은 만원이다. 저승 가는 기차를 타기 전 자기 인생의 회한과 반성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사내는 작가이면서 연출하는 연극인이다. 지난 대학 시절부터 독재에 저항하는 명분, 정의에 대한 갈증은 그로 하여금 세상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연극에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 즉 창녀로 돈을 버는 집의 아들이라는 부끄러운 비밀은 언제나 그로 하여금 위선으로 죄의식을 만들어 내게 했다. 그의 작품은 점점 작중 인물들과 자기 위선과 충돌하면서 이성을 잃어 간다. 연극 내용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그는 배우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작품은 중단된다. 실패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는 동료이자 친구의 연인이기도 한 인애를 성폭행하게 되고, 그는 극단을 떠나 자살하게 된다.

연극배우인 주인공 ‘아들’이 연극세계에 대해 갈등하며 광안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119 구조대원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인공호흡을 하는 동안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보는 내용이다. 연출자는 무대를 우주로, 죽음의 세계로 가는 수단을 ‘은하철도 999’로 설정했다. 주인공 ‘아들’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면서 함께 죽음의 기차에 탄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내며 극의 잔재미를 더했다. 연출자는 극중 대사를 통해 연극의 장점에 대해 강조한다. 주인공 ‘아들’이 광안대교에서 자살하기 전 넋두리하는 대사에도 이런 의도가 숨어 있다. “연극이란 참 이상하죠, 사다리를 다리라고 하고, 그것도 광안대교처럼 무섭게 높은 다리라고. 영화라면 거기서 바로 찍으면 될 텐데… 연극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못 만드는 게 없습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가진 주인공은 권력에 대항하며 이를 연극으로 만든다. 그러나 증오와 미움이 가득찬 연극은 관객의 호응을 받을 수 없고 자신도 연극을 예술의 수단이 아닌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소 어려운 내용의 이번 작품은 꾸준하게 창작극 작업에만 몰두해온 극단 대표 정경환 씨의 고집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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