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황나영 '좋아하고 있어'

clint 2018. 5. 27. 10:18

 

 

 

 

'좋아하고 있어'(작 황나영)는 청소년, 그 중에서도 여성, 또 그 가운데서도 퀴어(Quee)를 다룬다.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연극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지만 일상에 스며든 공기와 분위기처럼 담백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은 순정만화 속 인물이 아닌 현실의 여고생으로 적확하게 그려진다. 다양한 체형과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고 '덕통사고'(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갑자기 누군가의 덕후가 되는 것), '최애'(가장 좋아하는 대상) 등 일상의 대사도 자연스럽다. 극은 혜주와 그녀의 고등학교 밴드 동아리 선배인 소희의 애틋함을 줄기로 삼는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우정을 넘어 사랑의 포물선을 그린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은 물론 혜주의 단짝 친구인 지은마저 두 사람 사이를 경계한다. 극적인 드라마나 해석은 있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현실에 아파하고 이루지 못하는 고뇌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을 놓지 않는 용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무대 뒤편 칠판에 적어놓은 '좋아하고 있어''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있어'가 되는 순간, 뭉클함이 배가 된다.

서울로 유학을 와 혼자 사는 혜주는 깜빡 거리는 전구를 감전이 될까 쉽게 갈아 끼우지 못한다. 계속 '깜빡깜빡' 거리는 전구는 그녀의 불투명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마침내 그녀가 큰마음 먹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순간, 크게 밝지는 않더라도 앞길에 작은 희망을 비추는 징표가 된다.

 

 

 

 

 

 

 

작가의 글

좋아하고 있어를 희곡으로 만나게 된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사랑의 감각과 자기 인정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을 통해 를 발견하고, 그런 는 상대방 혹은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때로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게 합니다. 작가로서 세 친구 각각의 맹점을 그리면서 즐거웠고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 또한 사랑임을 알게 됩니다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놀란 점은 국내 청소년 창작극에서 동성애를 전면으로 다룬 작품이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동성애는 더 적습니다. 반면 퀴어 베이팅, 브로맨스가 일명 팔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희곡이 국립극단에서 공연되었다는 점은 유의미합니다. 청소년의 LGBT는 계속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좋아하고 있어가 다루지 않은 혹은 못한 영역은 다른 작품에서 이야기되겠지요. 지금껏 남자 청소년 중심의 이야기를 읽거나 보고 자라며 공감하는 데 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자연스레 톰, 홀든, 해리포터, 스파이더맨이 되었으니까요. 결코 그들의 여자 친구나 엄마가 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민폐라며 미워했던 때도 있었지요. 그런데 현실에선 민폐 여자 친구나 엄마 역을 맡아야 하는 여배우들이 존재합니다. 또 상상 속에서 남자 청소년이 된 저도 존재하지요. 그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좋아하고 있어로 여자 청소년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기를 바랍니다잠시 다른 길로 새서, 2017년 공연에서 항상 찡했던 장면이 있습니다. 혜주가 아, 여름방학이다! "라고 외친 후에 새소년의 긴 꿈이란 음악과 함께 세 친구가 옷을 갈아입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전환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대본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출, 음악, 연기가 존재하는 공연의 영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지요. 마찬가지로 공연엔 없거나 다른 대사와 지문이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좋아하고 있어라는 제목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럴 듯한 이유를 대볼까요? 말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 한 호흡으로 단숨에 외쳤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사랑이 현재진행형이기를.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른과 그들이 방치한 고통들은 독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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