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 되고 싶은가.” 열여덟 소녀들은 유독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과장된 소문에 휩싸인 서진, 달콤하고 위험한 거짓말에 빠져드는 진주. 그리고 우연히 발견된 노트북 속의 일기. 두 소녀를 둘러싼 말들과 사건이 현재와 과거,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추적된다. 아득히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거짓과 진실, 말과 말들로 만들어진 그 곳 ‘말들의 집’으로.

'말들의 집'은 경찰이 여고생 이서진을 취조하는 형식을 취한다. 서진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자살을 염려한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서로 끌려온다. 그는 취조 과정에서 본명을 대신에 1년 전에 죽은 친구 이진주의 이름을 댄다. 또한, 보호자 연락처엔 상담 선생의 전화번호를 기재한다. 작품은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현재와 학교에서 벌어지는 과거를 오가며 이서진의 거짓말을 하나씩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이서진은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우수한 학생인 반면에 이진주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러나 조사 도중 진주의 말들은 의심스러워지고 또 다른 소녀의 정체가 밝혀진다. 소녀와 진주는 어떤 관계였고 진주의 말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어지럽게 흐트러진 거짓과 진실사이, 두 여고생을 둘러싼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가의 글
우리는 누군가가 되고 싶습니다. 「말들의 집」은 누군가가 되고 싶은 여고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건, 지금은 그 누군가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지금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이 꿈꾸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은 매우 멋지고 가슴 뛰는 일입니다. 누군가라는 말 대신 장래 희망 또는 롤-모델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땀 흘리고 가슴 뛰는 지금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매우 슬픈 일입니다. 「말들의 집」은 지금의 나와 누군가 사이에서 아파하는 친구를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미성년이었을 때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말이 참 싫었습니다. 물론 나이 때문에 볼 수 없는 연극이나 영화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그 말이 싫었던 더 큰 이유는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당시의 나를 아직 무엇이 되지 못한 사람 취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성년이 된 지도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때를 생각해보면 이미 나는 어떤 ‘나’인데, 어른들은 아직 나를 하나의 나로 봐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성년’과 ‘미성년’이라는 말의 틀로 청소년을 구분하면서 사회에 편입되지 않은, 혹은 아직 못한 주변인으로 대상화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하나의 나로 봐주지 않았던 시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성년이 되지 못한 주변인들, ‘너는 이렇게 성년이 되어 사회 안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는 현실이 어떤 비극을 품고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지요. 그 길에서 두 명의 여고생을 만났습니다. 왜 ‘남고생’이란 말에 비해 ‘여고생’은 자주 들리는 것 같을까요? 작가나 배우들에게도 비슷한 호칭이 있지요. ‘남작가’, ‘남배우’란 말은 잘 안 쓰는데 ‘여류작가’ ‘여배우’란 말은 종종 들립니다. 여고생에게 그 시선의 억압이, 누군가여야만 한다는 현실이 더 아프게 찌르는 것 같습니다. 「말들의 집」이 비슷한 아픔을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을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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