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태웅 '달빛 유희'

clint 2018. 5. 25. 09:39

 

1999년동아신춘문예 당선작

 

 

 

김태웅의 ‘달빛유희’는 초반부터 복선이 등장한다. 덕은 10억을 눈앞에 두고도 봉에게 ‘꽃 좀 꺾어 와라’며 무덤에 술을 올리고 인사를 한다. 꺾어서 바친 꽃은 ‘그리움, 기다림’의 꽃말을 가진 ‘쑥부쟁이’다. 후반부에서 덕은 봉에게 ‘저 구멍에서 나를 부르고 있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구’라고 한다. 봉이 무덤을 파기 시작하자 ‘한 삽 한 삽 신중하게’ 파라고 조심을 시킨다. 그리고 봉이 ‘도망쳐 나온 절간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공허사(空虛寺)’라고 한다. 공허는 사전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텅 비다’, ‘실속 없이 헛되다’의 의미를 지닌다. 덕은 봉에게 자신을 묻어달라는 말을 할 때 ‘공허사에는 불상이 없다!’고 외친다. 불상이 없는 절은 공허하다. 봉에게는 무엇보다 10억이 없는 무덤이 공허했다. 덕이 봉에게 ‘10억 이상’이 묻혀있다고 한 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덕에게 그 해골이 10억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때 비슷하게 생겼지? ’라는 그의 대사에서 해골은 그의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으로 친구를 꾀어 젖먹이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함께 자신을 묻어버리려했지만 그 계획은 실패하고 만다. 그들의 관계는 친구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덕은 ‘각본대로라면 너는 나를 죽여야했어’라고 한다. 봉을 ‘10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불상’이라고 속이면 그가 그것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했다. 덕이 잠들었을 때 이성을 잃고 칼을 잡기는 하나 곧 ‘저 놈이 살아 있어야지 물건을 팔아먹을 거 아니’냐, ‘일본가는 배편은 어떻게 마련하고’등의 생각으로 단지 ‘필요해서’ 덕을 살려둔다. 봉을 완벽히 속이려고 말했던 ‘일본가는 배편’이 결국 덕의 계획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봉이 잠든 그를 죽이려다 깨웠을 때 잠꼬대로 ‘어머니, 어머니, 엄니, 엄니……’ 라고 하고, 자신을 묻어달라고 할 땐 그 무덤이 ‘어머니 품 같은 게 벌써 명당 같’다고 한다. 봉분은 만삭의 여자 배처럼 불룩하다. 덕이 ‘무덤 하나 갖고 싶’다는 것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처럼 세상과 상관이 없는 죄 없는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돌아가지 못 하고 봉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는 도중 날이 샌다.

 

 

 

 

 

김덕과 최봉은 오래전부터 친구사이다. 김덕은 절을 탈출한 중이고,

최봉은 사업에 실패한 노숙자이다. 김덕은 최봉에게 자신이 절을 탈출하면서

훔친 10억 원 상당의 보물을 도망치면서 어느 무덤에 묻어놨다고 말한다. 

김덕은 최봉과 함께 숨겨둔 보물을 묻어둔 무덤에 가게 되고,

이 둘은 무덤을 파기 시작하는데...

 

 

 

 

김덕과 사업실패로 노숙자가 된 최봉이 달빛속에서 무덤속의 국보를 찾는 에피소드이다. 둘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국보를 팔아 그동안 돈없던 설움을 사람들에게 갚아 주겠다고 별르며 좋아한다. 그들은 달빛속에서 한바탕 노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지막 김덕의 절규는 관객들의 가슴을 강하게 강타하는 대사를 쏟아 낸다. 봄이 되고 꽃들이 피면 그때 자신을 찾아와 놀고 가라고 최봉에게 얘기한다. 인생의 실패자가 된 그들은 세상이 한바탕 놀고 가는 달빛유희처럼 느끼지만 그건 어쩌면 우리들 자신의 삶을 보여 주는 지도 모른다. 가치있는 삶이건 부질없었던 삶이건 한바탕 놀고 가는 세상인것을 말이다.

 

 

 

     김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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