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궁맨션 405호 러브스토리’는 달궁맨션 405호라는 공간에서 살다간 많은 사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극 속 달궁맨션 405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예술가, 아픈 할아버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의 사랑, 40대 아줌마와 제비의 사랑, 40대 유부남에게 버림받고 그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20대 어린 여자 등 만남과 사랑, 이별, 그리움이 묻어있는 공간으로 나온다.

달궁맨션 405호. 그 곳은 그 공간에서 살다간 많은 사람들의 만남, 사랑, 이별 그리고 그리움이 묻어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살다 갔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20대 어린 여자와 유부남인 40대 남자와의 만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의 무관심과 식어가는 애정으로 기다림에 익숙해져 가는 여자는 405호에 고립되고 끊임없이 남자를 기다린다. 끊임없이 작품을 창조하며 작품에 열정과 사랑을 바치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예술가. 50년을 함께 살아왔으나 할아버지의 치매증상과 병적인 고통으로 끝내 그 고통을 멈추게 하여 사랑하는 상대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의 사랑. 40대 아줌마와 아줌마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제비와의 사랑, 그들은 육체적이고 물질적이며 욕망을 드러낸 관계였지만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진실했고 사랑했다. 그리고 치킨배달맨, 그는 동네의 파수꾼이자 동네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지역의 미디어로서 사랑과 이별이 오는 순간 찾아오며, 그들을 지켜보는데….

2005년 12월에 공연된 〈달궁맨션 405호 러브스토리〉라는 작품에서는 작가의 더 큰 변모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지금 이곳’ 우리의 일상의 풍경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이별의 아픔,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부터 그는 일상적인 세계에 포커스를 들이대고 ‘지금 이곳’ 을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변모를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한 무대 위에서 여러 공간으로 분할되는 표현주의적 무대 기법,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이 서로의 공간을 넘나드는 초현실주의적 공간 이동과 침투, 또한 시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분위기로, 정경환의 희곡 세계가 그 이전의 것과 확연하게 차별성을 보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는 앞서의 한국 근· 현대사의 부침과 굴욕에 대한 단죄와 트라우마라는 일관성 있는 접근과 천착이라는 희곡 창작의 한 시기를 마감한다는 의미와 그의 세상과 인간을 보는 눈이 그만큼 부드러워지고 연륜이 깊어진다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욱현 '생고기 전문' (1) | 2018.05.25 |
|---|---|
| 정경환 '태몽' (1) | 2018.05.23 |
| 이연주 '전화벨이 울린다' (1) | 2018.05.22 |
| 정경환 '나! 테러리스트' (1) | 2018.05.21 |
| 김자림 '가갸거리의 고교氏' (1) | 2018.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