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벨이 울린다>는 콜센터 직원인 '수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수진'의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어떻게 나타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감정 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며 진상 고객들에게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수진'. 있는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면 안 되는, 드러낼 수 없는 환경이다. 감정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는 않고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묘하게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계속 얹히고 쌓이는 것이어서 결국 탈이 나게끔 한다. 극이 시작되었을 때, '수진'은 콜센터에서 유일하게 혼자 '탈이 난'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의 문제를 느끼고 '수진'은 배우지망생 이웃 남자에게 연기를 배우기까지 한다. 자신이 기쁘고, 화가 나고, 슬픈 것을 숨겨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 '수진'의 모습이 처음에는 참 어색하고 웃기게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웃는 연기에 능숙해진 '수진'을 보는 것은 왠지 소름이 돋더라. 다른 콜센터 직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감정을 숨길 수가 있어?"하고 절실하게 묻던 '수진'이 연기라는 가면에 익숙해져버렸다는 점이 오싹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지은'은 최대한 감정의 표현을 죽인 똑 부러진 안내로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을 받지만 동료들에게는 기계적이라며 핀잔을 듣는다. '지은'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인 것처럼 구는 데에 모두는 좋지 않은 뒷말을 하고, 물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수진'이 '지은'과 같이 변화한 것이다. 당장 '수진'은 인상이 밝아졌다는 칭찬을 듣고 성과가 올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지만, 우리는 이 모습을 보고 '수진'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콜센터 노동자들은 고객들이 상담과정에서 만족감 편안함 등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자기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자신이 표현해야하는 감정과 실제 감정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자발적으로 연기를 하며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발적인 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실제 감정을 고객이 원하는 감정으로 바꾸거나 그런 감정을 가진 것처럼 가장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감정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감정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되어서 팔린다. 얼굴이 지워진 채 목소리만 남은 사람들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감정노동의 꽃이라 불리는 콜 센터 상담원들의 일상을 통해 서비스와 친절의 허상 가면 속 민낯과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괴물 성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작가의 글 /이연주
희곡의 인물은 늘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언어와 행위로. 그 질문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가닿고 있는지는 모른다. 현실로 그 질문을 가져오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럽다.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쁜 우리들은 질문을 만나기도 이전에 현실의 답을 먼저 만나는지도 모르겠다. 「전화벨이 울린다」는 감정노동자인 콜 센터 상담원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기를 배우는 이야기이다. 현실에서의 연기와 무대에서의 연기가 먼 거리에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겹쳐진다. 어쩌면 우리의 질문은 태초부터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질문이 무의미해지는 지금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작/ 전화벨이 울린다, 너는 나다
연출/ 유산균과 일진(日辰). 2017 이반검열, 전화벨이 울린다, 2016 권리장전-검열각하: 이반검열
삼풍백화점, 쉬는 시간,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스트립티즈, 고도를 기다리며
수상/ 제1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대상, 연출상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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