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경환 '나! 테러리스트'

clint 2018. 5. 21. 17:59

 

 

 

8.15. 경축일로 모두들 놀려가기 바쁘다

현재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신분인 전직 국회의원이고 우리 현대사에 공이 큰 어른대우를 받는 오갑동씨는 이유를 모른 체 부랑자 집단에 납치 된다. 여기서 젊은 날 역사의 격변기에서 가장 자신의 내막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윤 대장을 만나게 된다. 윤 대장은 오갑동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강요하는데 그 이유를 부랑자들에게 연극을 하게 하면서 설명한다. 부랑자들의 연극은 초라하면서도 다양하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의 분열,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어른들의 고뇌와 갈등을 표현하고... 결국 오갑동은 자살을 강요당한다.

 

 

 

 

 

 

이 작품은 20028월 정경환이 직접 쓰고 연출하여 부산시립극단의 소극장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가, 그해 금정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다시 공연된 적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치열한 현실인식으로서의 역사의식이라는 주제의식에서 앞의 작품인 난난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앞의 작품이 앞으로 펼쳐질 그의 치열한 역사의식에 대한 총론이라면 이 작품은 각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국 근· 현대사의 한 부분인 일제강점기를 통해 친일분자의 오욕의 역사에 대해 단죄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친일분자 오갑동은 현직 국회의원으로 한국 현대사의 전환기 때마다 생각과 의식, 그리고 행동을 당대의 조류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해온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그리고 윤 대장은 그의 하수인으로 오갑동의 기회주의적 변신을 도와준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뒤늦게 무지에 의한 자신의 역사적 과오를 깨닫게 된 윤대장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는 오갑동을 납치해 테러를 감행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 작품에서 민족과 조국의 이름으로 극렬한 친일분자였던 오갑동을 단죄하는 테러를 감행하는 윤 대장은 작가의 분신에 해당되는 인물로, 오갑동만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는데 !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이 이를 은유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오욕과 치욕의 역사를 감행한 오갑동뿐만이 아닌, 이를 제어하지 못한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은 행동까지를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윤 대장은 어쩌면 친일 행각은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막지 못했던 다수의 역사적 방관자를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결미 부분은, 테러리스트 윤대장이 친일분자였던 오갑동과 치욕과 오욕의 행위를 막지 못했던 윤대장 자신을 테러하는 장면이다. 이들 두 사람의 오욕의 역사를 단죄하는 형식으로서 테러에 사용되는 처형의 도구인 밧줄은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상징적 오브제로 시용되고 있다. 밧줄의 한쪽 끝에는 오갑동이, 그리고 다른 한쪽 끝에는 그의 하수인이었던 윤대장이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밧줄에 의한 두 사람의 연결은 기회주의적 처신과 이를 방조한 인물에 대한 동시적 단죄로 아직까지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오갑동과 뒤늦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윤대장에 대한 작가의 준엄한 역사의식의 발로이다. 이처럼 정경환은 앞의 두 작품을 통해 우리의 치욕과 오욕의 역사에 대한 중요 범죄자를 직설적인 화법, 본능적인 단죄형식으로 심판하고 있다.

 

 

 

 작가  정경환

희곡작가자 연출가로, 1963년 강원 태백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극단 자유바다 예술감독, 한국희곡작가협회 편집위원, 세명대학교 방송연예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부산연극제 희곡상을 2회 수상하였고, 부산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