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날. 경축일로 모두들 놀려가기 바쁘다
현재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신분인 전직 국회의원이고 우리 현대사에 공이 큰 어른대우를 받는 오갑동씨는 이유를 모른 체 부랑자 집단에 납치 된다. 여기서 젊은 날 역사의 격변기에서 가장 자신의 내막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윤 대장을 만나게 된다. 윤 대장은 오갑동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강요하는데 그 이유를 부랑자들에게 연극을 하게 하면서 설명한다. 부랑자들의 연극은 초라하면서도 다양하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의 분열,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어른들의 고뇌와 갈등을 표현하고... 결국 오갑동은 자살을 강요당한다.

이 작품은 2002년 8월 정경환이 직접 쓰고 연출하여 부산시립극단의 소극장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가, 그해 금정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다시 공연된 적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치열한 현실인식으로서의 역사의식이라는 주제의식에서 앞의 작품인 〈난난〉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앞의 작품이 앞으로 펼쳐질 그의 치열한 역사의식에 대한 총론이라면 이 작품은 각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국 근· 현대사의 한 부분인 일제강점기를 통해 친일분자의 오욕의 역사에 대해 단죄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친일분자 오갑동은 현직 국회의원으로 한국 현대사의 전환기 때마다 생각과 의식, 그리고 행동을 당대의 조류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해온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그리고 윤 대장은 그의 하수인으로 오갑동의 기회주의적 변신을 도와준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뒤늦게 무지에 의한 자신의 역사적 과오를 깨닫게 된 윤대장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는 오갑동을 납치해 테러를 감행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 작품에서 민족과 조국의 이름으로 극렬한 친일분자였던 오갑동을 단죄하는 테러를 감행하는 윤 대장은 작가의 분신에 해당되는 인물로, 오갑동만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는데 〈나!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이 이를 은유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오욕과 치욕의 역사를 감행한 오갑동뿐만이 아닌, 이를 제어하지 못한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은 행동까지를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윤 대장은 어쩌면 친일 행각은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막지 못했던 다수의 역사적 방관자를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결미 부분은, 테러리스트 윤대장이 친일분자였던 오갑동과 치욕과 오욕의 행위를 막지 못했던 윤대장 자신을 테러하는 장면이다. 이들 두 사람의 오욕의 역사를 단죄하는 형식으로서 테러에 사용되는 처형의 도구인 밧줄은 이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상징적 오브제로 시용되고 있다. 밧줄의 한쪽 끝에는 오갑동이, 그리고 다른 한쪽 끝에는 그의 하수인이었던 윤대장이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밧줄에 의한 두 사람의 연결은 기회주의적 처신과 이를 방조한 인물에 대한 동시적 단죄로 아직까지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오갑동과 뒤늦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윤대장에 대한 작가의 준엄한 역사의식의 발로이다. 이처럼 정경환은 앞의 두 작품을 통해 우리의 치욕과 오욕의 역사에 대한 중요 범죄자를 직설적인 화법, 본능적인 단죄형식으로 심판하고 있다.

작가 정경환
희곡작가자 연출가로, 1963년 강원 태백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극단 자유바다 예술감독, 한국희곡작가협회 편집위원, 세명대학교 방송연예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부산연극제 희곡상을 2회 수상하였고, 부산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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