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서미애 '남편을 죽이는 서른가지 방법'

clint 2018. 5. 20. 20:15

 

작가 서미애
각색 김혁수

 

 

 

대화가 중단된 두 부부 사이에서 남편의 편집증에 시달리는 무능한 한 아내.

그녀의 일과 중 하나는 가계부 적기. 그날 그날의 가계를 적으며

그녀가 또 한 가지 적는게 있다.

바로 남편을 죽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그녀는 상상 속에서 무수히 남편을 죽인다.

담담한 표정 속에 온갖 증오를 담고서. 급기야 현실과 상상을

혼돈하기에 이른 아내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하는데,,,

 

 

 

 


추리소설답게 모든 소재들이 흥미를 유발한다. 또 역시나 추리소설답게 죽음들이 참으로 허무하고 살인의 이유들이 너무도 즉흥적이고 억지스럽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살인의 이유 또한 너무도 사소한 것이라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속 현실이 더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출근길에 아내가 현관이 아닌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아내가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손을 흔들기를 원한다. 그녀는 그의 요구대로 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한 편의 그림처럼 바라본다. 할 수만 있다면 남편이 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기 전에 줄을 끊고 싶어 하는 아내를 보면서 그들은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서미애 - 19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추리 전문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등을 집필하였다. 한국 추리작가협회 이사와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수원대와 동원대에 출강했다. 주요 작품에 <반가운 살인자><살인협주곡><그녀만의 테크닉>등이 있고, 작품집으로는 《세기말의 동화》《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 있다.    

 

 

 

작가의 글

눈에 보이는, 손으로 만져보는 살인을 하지 않았을 뿐 나는 매일 누군가를 죽일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겨 누군가를 죽이고 시체를 버린다. 지난 십 몇 년 동안 정색하고 온 정신을 쏟으며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제 알겠다. 나 스스로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 당혹스러울 만큼 생생한 꿈을 꾸게 되는 이유는 매일 내가 살인자가 되거나,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추리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살인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가득하다. 누군가를 죽이는데 과연 어떤 이유가 있을까? 정말로 인간을 죽이는 일에 대한 타당한 이유라는 것이 있을까? 내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명제다. 실제 사건 속에 나오는 살인의 이유는 너무나 보잘것없고 어이없는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고 어이없는 이유들, 살인자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유들이 결국 살인을 부른다. 그래서 인간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