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막
시어머니, 외동딸과 함께 홀몸으로 사는 여류 조각가 윤병희의 외딴집. 그녀는 자신의 애완견과 아름답게 꾸민 장미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잡지사의 기자들이 거실에서 그녀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홀로 사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녀는 자신은 세상의 남자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하여 외진 곳에 살고 있으며 끝까지 남자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겠다고 설명한다. 기자들은 그녀의 집을 '장미의 성'이라고 말한다. 남자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과 혐오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기자들은 몹시 의아해 하며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간다. 미술평론가이며 미술상이기도 한 김한기가 찾아온다. 독신자인 그는 윤병희에게 청혼했다가 거절 당한 경험이 있다. 그의 방문을 꺼려하는 그녀에게 한기는 놀라운 사실을 한가지 전해준다. 17년 전, 느닷없이 미국으로 떠나간 뒤, 전혀 소식이 없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의 남편 배영도가 현재 미국에 살고 있으며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몹시 당황하고 흥분하며 한기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한다. 한기가 돌아간 뒤, 병희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2막
병희는 딸 상애가 가정교사 영택과 함께 장미밭에서 다정하게 노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는 상애가 나간 사이에 영택에게 딸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영택을 본 상애는 병희에게 항의한다. 병희는 상애의 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애는 병희에게 자신과 영택의 관계를 질투하는 것이 아니냐고 대든다. 병희가 남자들을 경계하는 듯한 말을 늘어놓자 상애가 비정상적이라며 반박한다. 병희가 상애의 뺨을 내리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어머니 이씨가 병희에게 다가와 자신의 아들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이씨는 틀림없이 살아있는 것이 분명한 자신의 아들을 왜 죽었다며 돌아오지 못하게 막느냐고 말한다. 병희는 버림받은 것은 남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며 흐느낀다.

3막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 있는 상애에게 할머니 이씨가 약을 들고 온다. 몸이 수척해진 상애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하다. 이씨는 상애에게 17년 전, 상애의 아버지가 집을 나가 미국으로 가게 된 사연을 어렴풋이 말해준다. 또한 이씨는 가정교사 영택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묻는 상애에게 이씨는 나중에 말해주겠노라며 얼버무린다. 외출에서 돌아온 병희에게 김한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병희의 남편이 어제 서울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병희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밖으로 나가버린다.
4막
김한기가 집으로 찾아온다. 그는 상애에게 영택이 상애의 아버지와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상애가 나간 뒤, 한기는 병희에게 배영도를 만났으며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병희는 강하게 거부한다. 이유를 묻는 한기에게 병희는 17년간 숨겨온 비밀을 말한다. 영도는 아내인 병희를 버리고 미국인 병사 맥클레인에게 갔던 것이다. 병희는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상대가 여자가 아닌 미국인 병사라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또 그 사실 자체를 불결하게 여긴 나머지 지난 세월 동안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 대해 분노와 저주를 내렸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씨가 나타나 병희에게 쏘아댄다. 이씨는 병희가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독 영도를 꼭 빼어닮은 영택을 가정교사로 쓴
이유를 추궁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손길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면서 매일 두 마리의 수캐들을 손수 목욕시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소리친다. 병희는 새파랗게 질리고 만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배영도가 호텔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두 깜짝 놀라 쓰러질 지경이다. 이때 요란한 총소리가 들려온다. 윗층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있던 상애가 병희의 두 애완견을 총으로 쏘아 죽인 것이다. 사실을 숨긴 채, 짐승처럼 자기만의 영역에서 자기만의 만족을 찾아온 가족들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는 상애의 절규 속에 막이 내린다.

극단 산하 공연 후 전 배우들과 스텝들의 사진촬영
대표적인 희곡 작가이자 연극인이었던 차범석 선생은 연극계 뿐 아니라 방송, 영화계에서도 넓게 활동하며 극예술의 발전에 크게 공헌해 오다가 2006년에 타계하였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면 많은 희곡보다는 MBC-TV '전원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떠나버린 남편의 배신 속에 자신만의 공간인 장미밭을 가꾸며 딸, 시어머니와 함께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중견 미술가 병희의 모습을 담은 4막 희곡 '장미의 성'은 연극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얼핏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한 남자에게 애정을 품게 되는 모녀, 남편의 동성애, 떠난 남편의 빈 자리를 숫캐로 대신한다는 등의 설정은 당시로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요즘에 와서는 실제로 접하는, 흔해진 애깃거리가 됐지만 60년대의 사회상을 생각한다면 파격적인 소재로 은유적인 접근을 한 작가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윤병희의 병적 심리와 가족 간 갈등을 통해 여성의 성적 욕망과 동성애 담론을 다룬 작품이다.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명한 여류 조각가 윤병희는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장미원을 가꾸며 시어머니와 딸 상애와 살아간다. 윤병희가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장미의 성을 구축한 것은 남편의 동성애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다. 남편의 비밀을 알고 윤병희는 심한 모멸감을 느끼며 남편을 쫓아내는데, 그 뒤로 그녀는 병적인 성적 욕망을 갖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닮은 영택을 딸 가정교사로 채용해 그로부터 남편 부재를 보상받으려 한다. 그러나 딸이 영택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둘을 떼어 놓기 위해 영택을 해고한다. 이 사실에 분노한 딸은 윤병희의 위선을 폭로하고 비난하면서 그녀가 아끼던 수캐를 쏘아 죽인다. 극단 산하가 표재순 연출로 1968년 10월 10∼14일 동안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1968년 11월부터 1969년 2월까지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다. 1969년는 이봉래 감독이 영화화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윤정희와 남진(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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