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현미 '가마소테누룽지'

clint 2018. 5. 14. 17:31

 

 

 

1984년 달동네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연극은 다양한 하숙생의 삶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무서운 할머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교회 권사이기도한 무식한 할머니는 무슨 일이든 무차별 간섭한다, 이로인해 하숙집은 항상 말씨름이 오가고 남을 헐뜯는 일이 다반사되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렇지만 괴팍하고 무뚝뚝한 할머니의 깊은 속은 언제나 하숙생들에게 한없는 이해와 사랑이 담겨있다. 여러 부류의 인간들을 통해 인간적 애환과 갈등, 사랑의 진실 등을 한껏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러시아의 안톤 체홉의 사실주의 작품과 흡사하는 평을 얻고 있다. '가마소테 누룽지'는 선교극단으로 드물게 한국연극협회에서 주관한 '95년 창작극개발 워크숍 프로그램에서 좋은 희곡으로 선정되어 사각지대로 여겨 지는 기독교 연극계에 청량제가 되고 있다.

 

 

 

 

 

 

 

80년대 초반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공동체적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미자와 정체불명의 땡초가 망구로 통하는 할머니의 하숙집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는 ‘가마소테 누룽지’는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세계관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은 ‘돌아봄’과 ‘베풂’을 통해 이루어질수 있다는 연출자의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연극으로 보여준 공연이다. 복고풍의 서정성과 80년 초반의 패배주의적 감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망구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로 ‘가마소테 누룽지’에 등장하는 하숙생들에게 군림한다. 그러나 군사독재의 망령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하숙생들에게 베풀어지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은 현실정치의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억압과 착취와는 크게 달랐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과 세상을 지배하는 정치가 할머니의 기독교적인 사랑보다 못했고,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순수한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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