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불치의 병을 얻어 오랜 시간 동안 병원을 집처럼 살아가고 있는 노인 봉팔. 그는 자신의 병실에 들어 오고 나가는 사람을 가족처럼 여기며 건강을 되찾아 배웅하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동년배인 순철이 입원을 하면서부터 둘은 티격태격 싸워 가면 서도 끈끈한 우정을 쌓아 가는데... 하지만 순철의 병세가 악화되어 가면서 두 사람의 이별의 시간은 다가 오고...

나이 지긋한 두 노인의 병실 뒤편에는 해바라기와 나무 한 그루와 정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무슨 초현실주의적 조합인가. 마치 죽음 직전의 열차에 탑승한 대신 활짝 열린 야외로 바캉스를 떠난 것 같은 두 노인, 순철, 봉팔 은 그 자연과 여행을 환유한 채 병원의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탈출한다. 마치 만담을 펼치듯 간호사와 의사에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삶의 활력을 구가하는 두 노인이지만 이는 삶의 무료함을 극복하려는 삶의 애씀 그 자체이다. 아침이 오기를, 또 이어지는 식사를 기다리며 더딘 새벽의 시간은 죽음으로의 더딘 속도를 나타내는 행운의 표지이지만 이는 여행의 반대편에 있는 병실 안에서의 자신들의 묶인 처지, 그리고 ‘제멋대로’ 삶을 누리는 젊음의 역량을 구가할 수 없음의 한계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더딘 시간은 죽음으로 가는, 또한 죽음 이후에 대한 죽음의 메타포이다. 역설적으로 이 더딘 시간을 행복으로 수용하라는 순철의 말은 쓰디 쓴 농담인 것. 순철은 어떤 무용담 성격으로, 젊음을 되살려보기도 하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정극을 떠올리게 하는 ‘명배우의 혼신의 연기’로, 일종의 배우 자체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부여된다고 하겠다. 이 연극은 실제 노배우 오영수, 그에 비해 꽤나 젊은(?) 이영석 배우 모두 죽음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새삼 멀게만 느끼지 않을 실제적인 현실과 맞물려, 어느 정도 가상적으로 죽음을 미리 체험하고 또한 그를 구현해 내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로써 그들의 죽음에 다가가는 태도는 어느 정도 수행적이고 리얼 그 자체로 풀려나오는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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