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이 작품의 부제는 monologue Quartet,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네명의 등장인물들이 독백으로 자신의 이야기한다.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가졌지만 부상을 당해버린 두정, 빚에 쫒겨 방황하는 신흥, 죽은 애인이 살아있을 거라고 일련의 희망을 품고있는 명일, 좋아하는 오빠가 보는 가운데 육상경기에 출전하지만 넘어지고 마는 신내 등, 좌절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은 무대위로 올라 서로를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하지만 이들 네명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무대위에서 각자의 공간만 확보할 뿐 이들은 상대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물든은 상대를 매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마치 거울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실재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평생 만나지 못할 사이 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의 사연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서서히 멋진 연주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대화를 가장한 네 인물의 독백을 통해, 어긋난 삶이 불러올 수밖에 없는 ‘각자’의 넋두리와 비명의 순간을 ‘서로’를 향한 소통과 화해의 시공간으로 바꿔놓는 시적인 연극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들은 어긋난 시간의 횡포-우연한 사고, 예기치 못한 죽음, 시기를 놓쳐버린 사랑-에 떠밀려 노동과 사랑의 세계에서 소외된 인물이다. 그들은 인생의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레이스 밖으로 밀려난 인물들인 것이다. 부상당한 산악인 “두정”, 채무에 쫒기는 “신흥”,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명일”, 육상경기를 끝마치지 못한 “신내”, 네 인물은 문득, 무대라는 동시적 공간에 멈춰 서서 속내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대화처럼 진행되는 이들의 대사들은, 기실 각자의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다. 작가는 개성이 다른 네 인물들 각자의 기억과 백일몽으로부터 뽑아져 나오는 넋두리를 상대방의 그것에 공명케 하고, 마치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처럼 맞아떨어지게 해서, 자칫 따분한 장광설로 흐를 수 있는 독백에 대화적 리듬을 부여하고 있다.

3,5,8호선, 미개통 구역의 지하철 역 이름들과 포개지는, 네 인물들은 마치 철로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역들처럼, 무대 위에 “같이 또 따로” 존재한다. 환승역들이 아니기에 그들(인물이자 역)은 결코 삼차원의 공간에서는 만나지 못하리라. 나와 당신이 만날 수 없었던 것처럼!그러나 연극은 인생의 철로가 공유한 이야기들의 보편적 경험을 통해, 각기 다른 노선 어딘가에서 등대처럼 서있을 존재들의 만남을 꿈꾼다. 그리하여 언젠가 우리가 인생의 철로에서 미끄러져버렸다고 믿고 아득함 속에서 흘렸던 비탄의 신음조차도, 협주를 위한 한 곡조였음을, 설득하고 위로할 것이다.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하다’는 네 명의 사연을 담은 극으로 입시를 앞둔 고3 여고생 육상선수, 훈련 중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가 된 산악인,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한 남자, 그리고 사기로 인해 좌절한 가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극은 전혀 다른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기에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나, 이야기 중간에 교차하는 단어들로 캐릭터가 전환되는 재미있는 구성을 보인다. 각자 시련의 무게 속에서 좌절과 절망을 딛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살아내는 감동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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