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인류의 원초적 본향인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회한이다.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사회로 이어지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살아온 어머니가 방송작가인 아들과 끈질긴 고부갈등으로 정이 든 며느리와 일곱살난 손주에게 지나온 삶을 회상하듯 들려주는 서사방식으로 그려진다. 전반부는 노모의 과거 회상이, 후반부는 현시점의 삶이 주축을 이룬다. 연극은 꿈과 현실의 넘나들고 산자와 죽은 자의 어우러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진 복합적 구조 속에서 어머니의 상처가 치유되고 삶이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경도 출신의 한 여인이 옛사랑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일제강점기의 대동아전쟁과 광복, 그리고 6·25전쟁의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상처를 안고서 아버지가 사라진 가정을 가부장적인 윤리관으로 지켜낸 인생사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무식하지만 정이 많은 노모는 글공부도 못했고 박대 받으며 억척스럽게 자식을 보듬어 안았다. 어머니는 첫사랑의 아이를 잉태한 채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징용에 끌려가 죽은 첫사랑과 전쟁통에 잃은 그의 아들을 평생 한으로 품고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았다. 그녀는 바람기 많은 남편과 지독한 가난과 풍파를 억척과 인내로 이겨냈다. 방송작가인 아들은 어머니가 가슴에 묻은 이복형의 원을 풀어주는 굿을 해주고 노모를 위로한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애통한 사랑은 애틋한 가족애로 넓어지고 어머니는 죽은 남편의 혼령을 따라 이승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떠난다.
개방된 무대는 아파트의 차가운 도시적 느낌과 과거 북방 시골에서의 따뜻함을 동시에 나타낸다. 벽의 질감과 어머니가 앉아 있는 소파의 질감을 통일시켜 어머니는 퇴장하지 않고 회상이나 꿈 장면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풍성한 민요소리, 창작음악과 전통악기들을 이용한 라이브 반주는 관객들의 감성을 파고든다.

사실주의 연기 양식을 기본으로 상징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양식을 절충하여 현실과 환각을 공존시킨다. 첫사랑의 정표인 호랑나비 가면과 고목나무가 이 두 세계를 연결해준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희생하고 마지막 길을 떠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결국 혼자 떠나가는 죽음의 길이 고독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한국연극비평가협회가 주는 '96 올해의 연극상 베스트 3을 수상하였다.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를 모티프로 만든 이 작품을 정동극장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동안 연극배우 손숙과 매년 상설공연하기로 계약하였다.
1999년 5월에 러시아 모스크바 타칸카 극장에서 공연하였고 1999년 8월 중국 베세토연극제에 초청 공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