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송영 '호신술'

clint 2018. 5. 13. 19:40

 

 

<호신술>이나<신임 이사장>등의 작품은 작가 송영 자신의 계급적 관점에서 씌어졌지만,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 부르주아 계급의 속성을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역으로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희극이라는 장르는 어떤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특성을 지니고 잇다. 대개는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인물이 극중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그런 장애물적인 존재의 훼방을 극복하는 과정이 곧 희극의 흐름이다. 새로운 사회로의 진전을 방해하는 중심 인물인 알라존(alazon)은 편집증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망집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자기 인식 능력이 부족한 기만적인 인물이다. 풍자희극은 방해꾼과의 화해를 꿈꾸는 낭만적 희극과는 다르게 방해군을 풍자하는 데 역점을 둔다. 송영의 희곡 중에서 풍자 희극의 틀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호신술>이다.

 

 

 

 

 

<호신술>에서 공장주 김상룡은 자신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키자, 호신술을 배워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괴한이 아닌 파업노동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호신술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의 설정이다. 급한 환자는 제쳐두고 김상룡의 호신술 연습장에 나와 건강진단을 하는 의사나 "아마 가정해서 이 세상이 사회주의 사회로 개혁이 된다고 하면 아마 그때는 모두 게을러져서 사회는 담박에 영락이 될걸요." 하며 김상룡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변호사는 자본가에 빌붙어 아첨하는 지식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또 주목할 것이 하인 춘보의 역할인데, 춘보는 상룡이 세 번씩이나 불렀다고 해서 대답도 세 번씩이나 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이 극에서는 희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인의 어리석음을 드러내 준다. 김상룡은 "워낙 시절이 험악해서 이따위 고생"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생각하는 파업의 이유란 그 스스로 많이 양보해서 "기숙사도 개량해 주마! 월급도 곱만 내리마! 밤일은 될 수 있는 대로 아니 시키마!" 했는데도 "없는 놈일수록 다소곳하고 잘 살 생각들은 못하고 그저 멀쩡하게 서로 똑같이 나눠 먹자는 수작만" 하기 때문이다.

이 극은 대사보다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의해 웃음이 터져나오도록 계산되어 있다. 50세의 뚱보 자본가 김상룡과 70세의 아버지, 33세의 젊은 아내가 호신술 수업을 받는 상황은 가히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에 우습기도 하겠지만, 결국 이들의 호신술 연습이란 제대로 될리 없어 더욱 그렇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등은 이 극의 소극(farce)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우스꽝스러운 호신술 수업은 초보자인 아내와 연습 도중 부상을 입게 되고, 아버지에게 야단을 듣고, 모자란 하인 춘보에게 놀림을 받는 골이 되어버린다. 아내는 연습 도중에 기절하고 춘보가 다른 하인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 망신을 당하는 것은 관객에게 단지 우스꽝스럽게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장집의 문을 굳게 닫고 호신술을 연마해도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허약한 자본가를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말에서 굳게 닫힌 사장의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직공들의 "최후까지 싸우겠다"는 구호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단합으로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변혁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전달한다. 변혁을 기대하는 결말에서 연습장에 걸려있는 '건강은 행복의 ', '운동은 호신의 '라는 표어는 더욱 중층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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