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미이라를 찾으러 다니던 고고학자 M과 아버지를 찾아 세상 끝까지 가는 소녀 W. M과 W는 우연히 같은 기차를 타게 된다. 표를 사는 대신 걸인 여자의 잠자는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던 M은 검표원을 피해서 기차 지붕으로 몸을 피신한다. 그러나 기차가 심하게 커브를 돌자 다급해진 M은 W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때 W는 M을 검표원으로 착각하고 몸을 움츠린다. 아마도 W도 M과 마찬가지로 무임승차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차 지붕위에서 M과 W는 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된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직업이 무엇인지, 기차를 왜 탔는지. M은 검표원과의 사투 끝에 살인을 하게 되고, M과 W는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기차 위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 기차 지붕 위에서 그들은 해와 달 이야기에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길 때 했던 기도를 하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헬리콥터의 사다리를 타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이들의 여행이 겨우 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헬리콥터 행은 사자를 피해 도망간 나무에 뱀이 도사리고 있었고 바로 아래의 강가에선 악어들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격이 되어버렸다. 헬리콥터는 이들을 사다리에 매단 채로 밤을 지새우고 낮을 경유한다. 이들이 헬리콥터에 매달린 채로 W가 하는 창세기 신화에서는 끝없는 자손들의 이름을 쭉 나열하며 끝없는 이야기를 펼친다.
다른 헬리콥터와의 한판 접전을 벌인 끝에 지친 이들은 바다에 떨어진다. 그리고 물고기가 되어 즐겁게 지내지만 그것도 한때에 지나지 않는다. 어딜 가나 쫓기는 신세다. 기차에서 검표원들에게 쫓기고, 하늘에선 다른 헬리콥터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고, 바다에서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어서도 또한 이들은 상어에게 위협을 받는다. 상어에게서 벗어난 이들은 생명의 재탄생이라는 힘겹고 신비로운 고통을 갖게 된다. 이들의 고통은 신생아가 태어나는 그것, 처음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 왔을 때의 조그만 생명들이 겪었던 그 것, 생명이 태어나고 변화를 겪는 그것과 같은 것이다. 신비롭고 고통스러운 느낌, 마치 우주가 몸속에서 태어나는 느낌, 죽을 것 같은 새로 태어나는 느낌, 죽음도 삶으로 표현하듯 삶 또한 죽음으로 표현되는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재탄생한다. 재탄생 후 이들이 도착한 마을은 M이 죽인 검표원 때문에 황무지가 된 마을이다. 그 황무지가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려면 W처럼 아비를 잃은 처녀가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 이들은 역무원을 죽인 살인자라 하여 마을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쫓긴다. 쫓겨서 피신한 곳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처음의 기차다. M과 W가 처음 만난 곳, 처음의 사건이 일어난 곳, 그들이 행복했던 유일한 곳, 그들이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던 그 기차였다.

「긴 여행」의 인물들은 끊임없는 도피를 시도한다. 그들이 벗어나고 싶은 현실과 깨고 싶은 틀에의 반란의 꿈이 도피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은 결국 억압과 폭력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억압 이후의 도피를 모색하지만 또 다른 억압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즉, 도피처라고 믿었던 곳마저 다시 또 다른 형태로의 속박을 가하는 것이다.
작가는 아무리 발버둥치려해도 도처에 존재하는 올가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제시한다. 순환과 윤회를 통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삶의 굴레. 그 삶은 어디서부터가 시작인지도 끝인지도 알 수가 없다. M은 미라를 찾아 나선 고고학자고 W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자이다. 그들은 목적성을 가진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것은 곧 추격과 도망으로 치환된 여행으로 탈바꿈되고 만다.
「긴 여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순환적 구조다. 도망과 추적 또 다시 계속되는 도망……, 마침내 다다른 곳은 원점. 그 끝없는 연결고리 속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들의 쉴 틈 없는 고난의 연속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기차 무임승차와 기차 지붕으로 도피 → 검표원들의 추적 → M의 반란, 살인 → 헬리콥터로의 구조 → 은빛 헬리콥터와 전투헬리콥터의 싸움 → 바다로 뛰어들어 물고기가 된 M과 W → 상어의 위협, 추격 → 다시 돌아온 황무지가 된 대지 → 마을 사람들의 추적 → 기차로의 도피 → 다시 검표 → 또 다시 기차 위로의 도피
M과 W에게 구원자처럼 나타난 헬리콥터의 구조 사다리도 결국은 언제까지 힘들게 버티고 있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품과 같은 바다에 뛰어들어 물고기가 되었지만 또 상어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닌다. 겨우 도착한 대지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추적으로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다. M과 W의 도망은 모두 일시적인 도망일뿐이다. M과 W의 도망은 운명이다. 즉 이 일시적 도망의 연속에서 우리의 형벌과 같은 윤회의 삶이 표현된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순환구조와 인물의 대사 속에서의 순환적 얘기들……. 그 속에서의 그들의 숙명. 고난에 찬 여정을 되풀이해야 할 인형들로 결국 지구는 만원이 되고 쓰레기는 쌓여가는 것이다.
「긴 여행」은 작품 자체가 아주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이다. 갑자기 구조 헬리콥터가 출몰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물고기가 되고, M의 살인 때문에 황무지가 된 대지하며 모두들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성들은 작가의 상상력(극적 판타지)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들이 기괴하고 절망적이지만 다소 재미있고 유쾌하게 느껴진다. 근친상간적 유희를 표현하는 오이디푸스 신화 이야기라던지 인간 본연의 죄를 담아내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 그리고 M이 흘린 피로 수수밭이 빨갛게 물들었다는 구전동화의 비유 등은 이런 비현실성을 관객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극적 요소가 된다.
이런 비현실성과 상상력들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큰 매력으로 표현되어 있다. 환상적이고 가공된 공간에서 허황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펼쳐내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유희적 충동들을 제한 없이 드러낸다. 현실성과 비현실성 사이의 긴장을 통해 진짜 가려져 있는 절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물의 정형성과 현실의 정확한 반영을 중시하는 리얼리즘의 준칙이 우리 문학의 가장 뚜렷한 흐름인 시대에 작가의 이런 돌발적이고 비현실적인 상상력은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듯 「긴 여행」은 비현실적 상황에서 그 속에 놓인 인물들의 고난을 현실에 우리들의 쫒기는 삶으로 비유하여 윤회하는 우리 인간의 본연적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다.

[긴 여행]은 출구 없는 불행의 굴레 속에서 헐떡거리는 남과 여의 모습이 그려진다. '장정일의 긴 여 행'을 통해서 인간의 역사와 존재를 둘러싼 쳇 바퀴 속에서 지쳐 가는 인간의 끊임없는 변신 놀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상황연극이다. 해설자의 등장으로 장정일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해설자는 아들이 되고, 어머니고, 죄수, 간수, 고고학자, 여자걸인으로 된다. 해설자의 내면 속 모습을 3편의 연극적 상황으로 사건의 인과관계 없이 어떠한 상황들이 일어날 것인가가 아닌, '어떠한 상황이 일어 날 수 있다'의 형식으로 진행 되어 간다. 해설자는 각 상황들로부터 구속이 된 자신을 자유로이 제3의 인물이 되어 도피하고자 하고 각 상황들을 관찰하고 주시한다. 결국 부조리한 인간과 부조리한 시대, 부조리한 현실을 해 설자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지상이라는 현실인식에서 만이 해설자는 작품을 마무리하고 만다. 어 차피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고, 세상은 돌고 도는 쳇바퀴속일 테니까... 종말이 올지라도 세상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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