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해결되지 않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사실적인 추리를 통해 그 사건에 연루된 인간군상을 그리며 그들의 은폐된 허위의식을 고발한 사리주의적 작품이다. 10여 차례에 걸친 강간 살인 사건에 대한 실제 수사 기록과 현지 취재와 끔찍한 슬라이드 자료들이 사실성을 부여한다.
무대는 태안 지서 형사계 내부로 서울에서 자원한 김반장, 시인 지망생 김형사, 토박이 박형사, 무술 9단인 조형사 네 명이 한팀이 되어 수사를 벌이고 수사팀과 공조 관계에 있는 박기자가 범인 추적과 수사 과정을 취재한다.
세 명의 용의자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다 범인인 것 같으면서도 범인이 아니다. 첫번째 용의자는 '또라이'로 정신착란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듯한데 그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믿을 게 못된다. 두번째 용의자는 술주정뱅이 몽상가로, 그러부터 사건의 진상과 흡사한 진술을 받아내지만 용의자가 꿈속에서의 일이었다고 우긴다. 성도착자로 보이는 세번째 용의자가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일 듯하지만 이번엔 과학적 검식 결과가 그의 범행을 부인해준다.

일인다역의 배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세 명의 용의자를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주장하는 김반장과 그곳 토박이인 구수한 입담의 박형사, 무술 실력을 갖춘 다혈질의 조형사, 그리고 명문대 출신이며 시인 지망생이기도 한 김형사가 각기 개성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는 팀워크가 뛰어나다. 여기에 정보통으로 수사를 진전시키기도 하고 교란시키기도 하는 여기자와 김형사를 사랑하게 된 다방 레지 미스김의 개입이 흥미롭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DNA 검식 결과 범인으로 확실하게 믿었던 마지막 혐의자의 것이 아니라고 판명나자 수사반장이 충격으로 쓰러지고, 수사팀은 해체된다. 극의 마지막 장면은 진실을 추구했던 김형사가 자신의 정신분열을 통해 미지의 범인과 대결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소재의 잔혹성·선정성·괴기스러움 등이 수사과정에서의 미스터리적 구성과 섞여 팽팽한 긴장을 유지시키면서도 여러 가지 인간적인 해프닝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인물들의 대사, 범인으로 상정된 연기자의 일인 다역의 연기, 차용된 방송 프로그램과 할리우드 영화들, 흘러간 옛노래에서 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음악이 극의 긴장을 풀어준다.
1996년에 제20회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 연기상과 인기상을 수상하였으며 1997년에 세계연극제 공식초청작이다.
또한 1998년에 제16회 전국연극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고 제33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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