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뿌리 제18회 공연 및 제4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품(1980. 9월)
한국이 낳은 가장 분방했던 여류시인 황진이의 문학과 내면세계를
작가 구상이 실존적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선각자적인 고독을 극복하고 모든 대상앞에 당당히 선 황진이의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 어떻게 받아들어지는가에 대한 시도가
이 작품 속에 내포되어 있다.

줄거리
황진이는 가문과 출신을 중시하는 관습과 제도의 편견과 벽을 실감 하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나 딸에게 자기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게 하려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갈등과 충돌이 일어난다. 이때, 진이를 짝사랑하다가 죽은 총각의 상여가 집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황진이는 어머니의 만류를 무릎 쓰고 <혼령에게 드리는 노래>로 상여를 전송한다. 어머니는 소문이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딸 황진이를 서둘러 출가시키려 한다. 하지만, 황진이는 이 운명의 상여를 필연으로 생각하고 시문과 가무로 자유롭게 살겠다며 기적에 이름을 올린다. 기생 명월이가 된 황진이는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가무 그리고 높은 인품을 발휘해 양반과 관리 등 많은 명사들을 휘어잡는다. 동료 기생들은 질투와 부러움으로 가득한 <질투의 노래>를 부른다. 수령 벽계수를 만나는 날, 황진이는 먼발치로 당대 명창 이사종을 보고 그의 풍류와 소리에 관심이 끌린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속에 접고 벽계수와 주효를 돌면서 <이태백의 장진주사>,<오백년 도읍지>, <청산은 첩첩한데>,<달은 천심에 이르고>등 시문놀이를 만끽한다. 이슥한 밤, 황진이는 드디어<청산리 벽계수야>를 불러 의식이 도도한 벽계수의 정신과 육체를 사로잡는다. 황진이는 타고난 재색을 스스로 더욱 갈고 닦으면서 동료 기생들의 의식 또한 높이는데 앞장선다. 출중한 재색과 뛰어난 관능미로 풍류를 아는 많은 명사들과 교분을 쌓으며, 때로는 그들과 애정행각을 벌이기로 한다.

그러나 양반들의 인기는 독차지 하지만 관습과 제도는 그녀를 외롭게 만들고,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 몹시 힘들게 한다. 그녀는 신심을 달래기 위하여 대유생 화담과 대승 지족을 찾아가 접근하여, 화담에게서는 <안식의 노래>를 통해 체 와 용, 정과 동의 이치를 듣고, 지족에게서는 <성불의 노래>로 보시의 넓은 뜻을 석 달 동안 배우지만 결국 심신만 잠시 달랬을 뿐 그녀의 뜨거운 피와 영혼의 욕구는 채우지 못한 채 돌아온다. 황진이는 언젠가 만월대에서 보아둔 소리꾼 이사종을 찾아 벗하며 3년간의 시한부 동거 생활을 한다. 세월이 흘러 약속한 시한이 끝나는 날, 이 사종은 동거를 지속하자고 하나 황진이는 사별보다 애뜻한 이별을 택하자며 송별연을 준비한다. 이사종을 억지로 떠밀어 보낸 후 황진이는 허탈해하며 <동짓달 기나긴 밤>, <어져 내일이여>등 황진이의 진솔한 사랑을 노래한다. 극적인 이별 후 금강산을 유랑하며 옛일을 회상하는데 비바람 치는 폭풍 속에 과거의 인물들을 보며 황진이의 몸과 혼령은 환상처럼 사라진다.

作家의 글 · 具常
「황진이」에 대한 설화는 너무나 알려진 바라 여기다 새삼 소개할 것도 없고 이 희곡에서는 그 설화 중 그녀의 삶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총각상여의 문 앞 정지사건」과 「벽계수와의 풍류장면」과 「花潭,知 足과의 交流일화」와 「과의 時限附同妻」를 무대에 再現시키면서 황진이의 혼령을 등장케하여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하여 자기 삶에 대한 時空을 초월한 상황의 설명과 해명과 증언을 시켜보았다. 그리고 작가가 이 작품에다 경주한 독창적 테마는 「황진이」라는 한국이 낳은 여성중의 여성이요. 시인 중의 시인을 이제까지 설화나 소설등이 오직 <파토스>적으로만 그려 놓음으로서 한낱 宿命的 인간으로 일반이 오해하고 通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여겨오던터라 이 희곡에서는 자기의 삶에 대한 여건을 자각하고 이를 휘여잡고 발휘해서 독자적 삶을 구현 해간 <에토스>的 인간상, 즉 실존적 여인상을 부각시켜 보려고 들었는데 그 성패야 연기자들의 열연과 관객의 판단에 매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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